춘천박물관 ‘인왕제색도’ 9월에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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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박물관 ‘인왕제색도’ 9월에 꼭 보세요

    국립춘천박물관 ‘인왕제색도’ 10월6일까지 전시
    인왕산 그린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 걸작 꼽혀
    먹의 농담만으로 화면에 공간감과 생명력 불어넣어

    • 입력 2024.09.18 00:03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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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단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다. 국립춘천박물관이 이 작품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독립된 전시 공간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인왕제색도는 내달 6일까지 전시하고, 8일부터 11월 3일까지 김홍도가 그린 ‘추성부도’(보물)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로 교체해 전시한다.

    인왕제색도는 이건희 전 회장이 가장 처음 수집한 1호 컬렉션으로 기증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국보 제216호로 지정된 이 작품은 겸재 정선이 평생을 살아온 삶의 터전인 인왕산을 그린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가 쏟아지고 난 뒤 물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짙은 바위산의 모습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냈는데, 오로지 먹의 농담으로만 화면에 공간감과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사진=국립춘천박물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사진=국립춘천박물관)

    작품 크기는 138.2×79.2㎝로 그가 남긴 작품 400여 점 가운데 가장 크다. 현대의 기준에서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과거 대형 작품들이 병풍 형태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단일작품으로는 굉장한 규모다.

    작품은 화가가 그림을 그린 시기와 주제를 상세히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림 오른쪽 상단에 ‘인왕제색(仁王霽色)’ ‘겸재(謙齋)’ ‘신미 윤월 하완(辛未 閏月 下浣)’라고 적혀 1751년 7월 하순에 겸재가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제작 배경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벗의 쾌유를 빌었다는 의견도 있고 자신을 위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해석도 있다. 작품 아래의 기와집을 두고도 겸재의 외조부 박자진의 집이라던가 그의 그림을 자주 주문하던 후원자 이춘제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이 그림은 정선가문의 소장품이었으나 영의정을 지낸 심환지(1730~1802)가 정선의 손자인 정황에게 입수했고, 일제 말에는 서울의 최난식, 개성의 언론인 출신 진호섭(1906~1951)이 소유했다. 이후 6·25를 겪으며 몇 사람 손을 거친 뒤 1972년 서예가이자 정치인이던 손재형이 이건희 가문에 넘겼다. 

    이수경 국립춘천박물관장은 “금강산이나 단양 팔경 등은 옛사람들이 많이 그렸지만 인왕산을 이렇게 멋지게 그린 것은 정선뿐이라는 점이 이 그림의 가치”라며 “후대의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인왕산을 다시 쳐다보도록 일상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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