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꿈꾸는 외국인 근로자의 추석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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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안 드림’ 꿈꾸는 외국인 근로자의 추석 나기

    춘천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307명
    추석 연휴에도 농사일 손 놓을 수 없어
    한국의 뚜렷한 계절 변화에 적응 어려워
    한국 월급, 캄보디아보다 4배 이상 많아

    • 입력 2024.09.16 00:05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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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오이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로  일하는 캄보디아인 링쏘리나(왼쪽·32)씨와 키오리(오른쪽·25)씨. (사진=이종혁 기자)
    춘천 오이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로 일하는 캄보디아인 링쏘리나(왼쪽·32)씨와 키오리(오른쪽·25)씨. (사진=이종혁 기자)

    지난 10일 춘천 신북읍 율문리에 한 비닐하우스 농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무더운 날씨에 비닐하우스 한가운데서 잘 익은 오이를 수확하는 이들의 얼굴은 낯설면서도 익숙해 보인다. 캄보디아에서 코리안 드림을 품고 계절 근로자로 입국해 일하는 링쏘리나(32)씨와 키오리(25)씨다.

    농촌에서는 저출산과 젊은층의 기피로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다. 춘천시는 2018년부터 농가 일손을 돕기 위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받아들였다. 2018년 107명으로 시작해 2022년 209명, 2023년 356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307명이 입국했다.

    링은 지난 3월, 키는 5월에 각각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의 일과는 평일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6시까지로, 현재는 비닐하우스에서 오이 수확에 한창이다. 주말에는 오전만 근무한다. 이들은 "자유시간엔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게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고국을 떠나 먼 타지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는지 들어봤다.

    Q. 이번 추석을 한국에서 보내게 됐는데, 계획이 있나요?

    “수확철이라 바빠서 오전에는 일해야 해요. 저녁에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만나 캄보디아 전통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을 계획이에요. 소주와 맥주도 마시고요. 지금 일하고 있는 마을에 친구 7명이 함께 와있어요. 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해요.”

    Q. 캄보디아에도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나요?

    “캄보디아에서는 음력 8월 15일부터 30일까지 보름 동안 ‘프춤번(Pchum Ben)’ 축제가 있어요. 달이 가장 어두운 8월 30일이 프춤번 축제의 매우 중요한 날이에요. ‘프춤’은 모이다라는 뜻이고 ‘번’은 쌓아놓다라는 뜻입니다.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먼저 찾아 인사드리고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위해 제사상을 차려놓고 기도를 합니다. 한국에서는 송편을 빚어 나눠 먹듯, 캄보디아에서는 ‘놈안솜’이라는 바나나 떡을 만들어 가족들과 나눠먹죠. 놈안솜은 바나나잎에 찹쌀을 올리고 그 위에 녹두, 돼지고기나 바나나를 넣어 쪄 먹는 캄보디아 전통 떡이에요.”

    링쏘리나(32)씨가 한 상자 가득 수확한 오이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링쏘리나(32)씨가 한 상자 가득 수확한 오이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이종혁 기자) 

    Q. 한국에서 한 달 일하면 얼마를 버나요?

    “캄보디아에 있을 때 옷 수선하는 일을 했어요. 한 달에 350달러(한화 약 47만원) 정도 벌었는데, 한국에서 한 달 일하면 1400달러(한화 약 188만원) 정도 벌어요. 4배 정도 되는 거죠. 캄보디아에서 일하면 하루 벌어 하루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요.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서 일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월급을 받으면 1000달러는 고향에 보내고, 400달러는 생활비로 쓰고 있어요.”

    Q.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힘든 건 뭐였나요?

    “계절 변화에요. 3월에 처음 한국에 왔는데, 그 때는 추웠어요. 그런데 날씨가 점점 더워지더니 한여름엔 일하기 너무 힘들 정도로 더웠어요. 캄보디아도 한국의 여름처럼 덥지만 1년 내내 계절 변화가 크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추웠다가 더웠다가, 계절이 바뀌니까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Q.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나요?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가려면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해요. 그만큼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친형도 얼마 전 시험에 합격해서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어요.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화번호에 041이라고 적혀있었어요.”

    Q.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동생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 특히 몸이 아플 때 가장 많이 생각이 나요. 얼마 전에도 배탈이 심하게 나서 일도 못 하고 아팠을 때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더 열심히 일하게 돼요. 제가 일해서 번 돈으로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어요.”

    Q.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 번째는 건강이에요. 다들 일하는 동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또 항상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 모두 가족을 위해서 먼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으니까, 서로 의지하면서 잘 버티면 좋겠어요.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날을 생각하면서 조금만 더 힘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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