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강원도는? “쾌속 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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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후 강원도는? “쾌속 특별자치도”

    [지도에 그려본 강원도 미래모습]
    수도권 넘나드는 ‘초광역교통망’ 구축
    지역소멸 위기, 생활인구 증가로 극복
    ‘개발 불모지’에서 미래산업 특별자치도로

    • 입력 2024.09.18 00:04
    • 수정 2024.09.20 00:18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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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서울에서 춘천까지 40분, 태백산맥을 넘어야 했던 속초까지 90분이면 간다.

    10년 후 변화될 강원특별자치도의 청사진이다. 그동안 산지가 80%를 넘는 지리적인 특성 탓에 강원도는 도로를 깔고, 철도를 놓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언제나 후순위였다. 산을 깎고, 뚫어야 하는 탓에 공사비가 많이 들었고, 인구도 적어 타당성·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개발의 불모지’, ‘교통오지’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녔던 이유다.

    지역소멸이란 용어가 등장했을 때 강원도는 춘천·원주를 빼고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도는 ‘강원도 산골’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교통망 확충을 입버릇처럼 외쳐왔다.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지만, 관광·통근·통학 등 강원도를 찾는 생활인구를 늘리면 자연스레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특별자치도로 날개를 단 강원도는 이제 지역 전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SOC 인프라 확충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길게는 수십년간 숙원이었던 사업들이 공사에 들어갔거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뒀다.

    ▶강원 동서 가로지르는 대형 철도사업 ‘줄줄이’

    영서와 영동을 잇는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는 이미 레일이 깔리고 있다. 강원도 철도사업 중 최대 규모인 3조13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공사다. 총 길이 93.7㎞로 춘천역-화천역-양구역-백담역-인제역-속초역을 경유한다.

    철도가 모두 놓이면 시작점인 서울 용산에서 춘천은 55분, 종착점인 속초까지는 99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2027년 개통되면 점심에는 닭갈비를 먹고, 저녁에는 속초에서 회를 뜨고 서울로 돌아갈 수 있는 생활권으로 바뀐다. 생산유발 2조3498억원, 일자리 창출 4만8890명에 달하는 지역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영동권 핵심 SOC 사업인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철도건설 공사도 한창이다. 강릉에서 양양, 속초를 거쳐 고성(제진역)까지 총 111.7㎞의 철도를 놓는 사업인데 동서고속철과 같은 해 개통된다.

    강릉역에서 제진역까지 51분, 서울 수서역에서 제진역까지 2시간 5분 만에 도착한다. 먼 미래에는 부산부터 동해,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까지 대륙을 잇는 철도가 될 수 있다. 관광도시인 강릉과 양양, 속초, 고성 등 영동권 교통 인프라가 대폭 개선되면 생활인구는 수십, 수백만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더이상 휴가를 가는 곳이 아닌 잠시 바람 쐬러 가는, 일하러 잠깐 다녀오는 근접 도시생활권으로 바뀐다.

    ▶쭉쭉 뻗는 도로망, 더이상 ‘강원도 촌구석’은 없다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강원도 촌구석’이라는 수식어를 지우는 고속도로망 사업으로 꼽힌다. 이르면 내달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강원 남부권 주민들은 폐광에 따른 지역경제 붕괴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사업은 2035년까지 12년간 5조2031억원을 들여 70.3㎞ 길이의 도로를 까는 사업이다. 경기 평택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 6축 고속도로의 미착공 구간이자 마지막 길이다. 강원 동서를 막고 있는 백두대간의 지형때문에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폐광지역 경제 회생과 동해안 물류 여건 강화 등 고속도로를 추진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원도 수부도시인 춘천은 ‘진정한 수도권’ 도시로 인정받는 도로망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제2경춘국도는 기존 서울~양양 고속도로 통행량을 분산시키고 수도권과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핵심 사업이다. 춘천 서면에서 남양주 화도읍을 잇는 33.6㎞ 길이의 4차선 도로다. 꽉꽉 막히던 길이 뚫리면, 서울까지 1시간 거리의 도로망이 40분대로 줄어든다. 정부 예산안에 국비 235억원이 담겨 내년 상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통 목표는 2029년이다.

    제2경춘국도와 연계되는 서면대교 건설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리가 놓인 뒤에는 행정복합타운에서 춘천시청까지 차량으로 17분(10㎞)인 이동시간이 7분대(3.9㎞)로 단축된다. 여기에 수도권에서 들어오는 제2경춘국도와 이어지면 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 효과도 따라올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이 유력한데 2028년이면 다리를 건너게 될 전망이다.

    ▶춘천-원주-강릉 ‘강원 바이오 삼각벨트’ 완성

    강원도는 철도·도로 등 촘촘한 교통망을 기반으로 미래비전인 ‘미래산업글로벌도시’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특히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권역별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고도화해 기업들을 끌어모아 ‘첨단산업의 도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미 강원도는 굵직한 정부 공모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기업혁신파크는 춘천 남산면 광판리 일대에 368만㎡ 규모로 조성되며, 2033년까지 사업비 9364억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2004년 원주에게 빼앗긴 기업도시의 시즌2로 불린다. 민간기업이 직접 입지를 선정해 산업·주거 복합도시를 조성한다. 현재까지 350개 이상이 기업이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홍천)·원주·강릉을 축으로 한 ‘바이오 삼각벨트’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춘천·홍천 바이오 특화단지에는 바이오기업을 모아 연구개발부터 원부자재 공급, 완제 수출까지 이뤄지는 클러스터를 만든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 5조9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2조5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3만명으로 추정된다. 2040년까지 총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예상된다.

    원주 혁신도시가 중심인 디지털 헬스케어 국가혁신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리적 근접성을 갖춘 주요거점을 연계한 신산업 육성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지역 신성장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지난 5년간 40여개의 기업을 유치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2027년까지 2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릉은 천연물 바이오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다. 2026년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목표로 예타 통과를 위한 앵커기업 유치와 홍보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권 민생토론회에서 예타를 통과하면 26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이 커졌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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