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내 18개 시군 중 원주를 뺀 모든 시군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 보행자에 대한 교통안전 대책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강원지역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8만1278명으로 전체인구 151만9545명의 25.1%를 차지한다. 강원도민 4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또 전남(27%), 경북(25.7%)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고, 전국 평균(19.8%)보다 5.3%p 많은 상황이다.
출생률 감소 속에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도내 노인인구는 어린이(12세 이하)인구 9만7000명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노인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2024년 기준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은 752곳이 지정됐다. 이중 절반에 이르는 321곳(543대)에는 교통단속카메라도 설치돼 있다.
반면 평창 0곳, 정선군과 평창군 각각 1곳 등 도 18개 시군의 노인보호구역은 212곳에 그친다. 또 원주, 동해, 속초, 홍천, 고성, 철원 9곳(12대)을 제외하고 춘천과 강릉, 태백, 삼척, 영월, 정선, 평창, 횡성, 인제, 화천 ,양구, 양양 등 12개 시군의 노인보호구역에는 단 한 개의 교통단속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다.
안전망의 미비는 고령 보행자의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 도내 노인 교통사망자 수는 72명으로 2019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노인 교통사고 건수도 매년 1400여 건에 이르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춘천시 석사동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는 “올해 운전면허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노인복지시설 등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 걷는 속도에 비해 파란불의 신호주기가 짧고, 지나는 차량 속도가 빨라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노인 보행자 사망사고 비중이 증가하지만 시군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2008년 처음 도입된 노인보호구역은 자치단체장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노인 통행량이 많아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를 더 길게 설정하거나 운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고 주정차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버존 사고는 스쿨존 사고와 달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하는 12대 중대 과실 사고에 해당하지 않고, 지정과 단속 장비 설치 의무화 등이 없어 운영과 관리가 부실한 상황이다.
김기철 강원특별자치도의원은 최근 열린 자치경찰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내 노인보호구역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의원은 “신체적·인지적 능력 저하 등으로 노인의 보행 교통사고는 더욱 치명적이다”라며, “현실에 맞는 노인보호구역 확대와 CCTV 설치가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한재영 기자 hanfeel@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