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Lov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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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Love Letter

    • 입력 2024.01.12 00:00
    • 수정 2024.01.12 22:09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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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남편과 둘이 함께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회사 다닐 때처럼 따로 점심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제시간에 밥을 챙겨 먹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애매한 시간에 걸려 브레이크 타임일때도 많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기 어려울 때면 당연하듯 배달 앱을 켠다. 

    오늘은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해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기 전, 마지막으로 빠트리지 말아야 할 요청사항에 남기는 한 마디. 리뷰 이벤트 참여! 

    바보같이 주문을 마치고서야 다른 사람들이 남긴 리뷰를 한 번씩 살펴본다. 판매자보다 더 맛깔나게 사진을 찍은 정성스러운 리뷰도 있고, 육성으로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재치있는 리뷰들도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와 너무 심한데 싶은 공격적인 리뷰들도 있다. 그냥 예전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겨지지 않는 것은 우리도 비슷한 처지에 처해있기 때문일 거다. 

    에어비앤비부터 춘천일기 매장,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스테이에 이르기까지 지난 7년 동안 달린 몇천 개의 리뷰들. 

    짧게는 매장에서 10분 20분, 길게는 스테이에서 1박 2일, 혹은 좀 더 길게 우리가 만든 이 공간에 머물다 떠난 사람들이 남긴 이 몇 줄의 글들. 그 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우리의 일부이기도, 때론 전부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때론 무뚝뚝한 주인들이었다가 너무나 친절하신 사장님이 되기도 하고, 우리의 공간은 누군가에겐 좁고 불편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겐 또다시 찾고 싶은 아늑한 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에겐 춘천역에서 걸어가기 가까운 숙소이면서 동시에 어떤 사람들에겐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숙소이기도 하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난 뒤, 누구는 지루하다 누구는 최고의 영화라고 관객들의 반응이 갈리듯이 같은 공간 같은 사람을 만나도 저마다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할 때도 많다. 이런 걸 취향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어느덧 공간을 운영하고 사람들을 만나온지 7년 차에 접어들며 나름의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리뷰 하나하나에 예전처럼 마음이 쓰이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은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고객들이 남겨주신 리뷰는 우리에게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면서, 때로는 부족함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되어주었다. 

     

    에어비앤비부터 춘천일기 매장,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스테이에 이르기까지 지난 7년 동안 달린 몇천 개의 리뷰들. 사진=최정혜
    에어비앤비부터 춘천일기 매장,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춘천일기스테이에 이르기까지 지난 7년 동안 달린 몇천 개의 리뷰들. 사진=최정혜

    이런 비지니스적 관점을 떠나서 우리가 이 공간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가꿔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응원을 가장 크게 받는 것 역시 이 리뷰를 통해서이다. 

    따듯한 응원이 담긴, 표나지 않아도 우리가 신경 써 준비한 소소한 것들을 알아채 주는 리뷰를 읽을 때면 누군가에게 받은 ‘러브레터’를 읽는 것 같이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래,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이래서였지! 하고 잊었던 처음의 마음을 다시 꺼내게 만든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춘천이 특별한 곳이 되었습니다”란 리뷰 한 줄로 우리가 춘천일기란 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니, 우리의 시작은 바로 리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많은 분이 춘천일기와 함께 춘천을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처음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힘을 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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