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슬기로운 추석 생활 ft. 로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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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슬기로운 추석 생활 ft. 로컬의 밤

    • 입력 2023.09.29 00:00
    • 수정 2023.09.29 00:15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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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직장인에게 휴가만큼이나 기다려지는 것이 바로 명절이 아닐까? 다니고 있는 회사에 따라서 보너스도 받게 되고, 올해 추석 명절처럼 임시공휴일이 있어 6일이나 되는 긴 황금연휴를 갖게 되는 경우라면 아마도 몇 달 전부터 비행기 표 구매를 해놓고 명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회사원이 아닌, 회사를 그것도 명절에 대목이라 불리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대표로 맞이하는 명절은 전과는 아주 아주 다르다. 

    물론 평소에도 주말과 평일을 바꾸어 사는 거나 다름없지만, 특히 명절에는 내가 사는 삶이 남들과 다르다는 게 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 부부는 나름의 방식을 찾아 릴레이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우선 명절 전날 남편이 본가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명절 당일 성묘하러 갔다 춘천으로 돌아온다. 나는 남편이 춘천에 도착하기 전 명절 당일 아침 부모님 댁으로 출발해 시간을 보내고 그다음 날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바통 터치 방식이다. 운영의 공백을 최대한 줄이면서, 가족들과의 시간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절충안이 만들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보통의 결혼한 부부처럼, 두 사람이 명절에 함께 양가를 방문한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양쪽 부모님들도 물론 조금은 아쉬워하시지만 일의 특성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해해주신다. 그러다 보니 명절에 누구 집에 먼저 갈 것이냐 같은 갈등이나 스트레스 요인이 아예 차단되는 뜻밖의 장점도 있다. 명절에 갈등을 겪는 주변의 몇몇 친구들은 “평생 게스트하우스 해라”라고 말하면 되레 우리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모두가 왁자지껄한 명절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 긴 연휴에도 여행을 가지 못하거나 가족을 만나지 못해 혼자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춘천일기스테이를 열고 맞았던 첫 번째 추석 명절, 우리는 작은 이벤트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로컬의 밤’. 

    춘천에 사는 춘천 사람이 춘천일기스테이에 게스트로 머무는 일이, 우리도 춘천분들을 게스트로 맞이할 일이 평생 몇 번이나 있을까? 자기가 사는 도시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어 보는 경험은 누구든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다.

    “춘천일기스테이가 궁금해요.”

    “거기서 한번 자보고 싶어요.”

    평소 춘천일기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춘천일기가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한 번쯤 묵어보고 싶다는 분들, 명절에 춘천에 남아있는 춘천 사람들을 춘천일기스테이로 초대했다. 

    여행자들과 춘천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 새롭게 춘천을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소박한 이벤트였다. 

    나의 도시로 떠나온 여행자들과 같은 춘천에 살고 있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었던 동네 사람들을 만나 남의 집 명절 음식도 나눠 먹고, 직접 농사지은 깻잎으로 만든 수제 맥주도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운 로컬의 밤. 

    춘천이 더 새롭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그런 밤이었다.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해 1회에서 멈춘 로컬의 밤이 언젠가 2회, 3회로 다시 이어질 수 있기를. 이번 추석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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