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디자인스튜디오가 들기름을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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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디자인스튜디오가 들기름을 만드는 이유

    • 입력 2023.09.15 00:00
    • 수정 2023.09.18 14:39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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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춘천일기가 뭐 하는 곳이에요?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나 되었는데도 종종 듣는 질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사업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단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론 뿌듯하단 생각도 든다. 여태껏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곳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얘기니까. 

    춘천일기가 하는 많은 일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로컬 리메이크” 프로젝트이다. 로컬 리메이크란 말도 사실 기존에 없던 말이다. 우리가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제대로 잘 설명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 이름을 직접 고민해 붙였다. 리메이크란 말을 제일 많이 듣는 게 언젠가 생각해 보면, 바로 노래가 아닐까. 아이유가 양희은의 ‘가을 아침’이란 곡을 본인의 감성으로 리메이크해 이 노래가 더 잘 알려졌던 것처럼, 기존에 있던 제품을 춘천일기가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해 다른 매력을 더하는 거다. 목적은 단순하다. 제품의 가치를 높여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사랑받게 하기 위해서다. 

    로컬 리메이크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햇들애유”, 화천의 너래안 농장과 함께 만든 들기름 브랜드이다. 

    너래안 송주희 대표는 인간극장 출연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유명 농부, 이른바 농플루언서였다. 평소 디자인이나 브랜드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농사짓고 기름을 짜서 파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다 보니 혼자 새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만든 춘천 굿즈와 여러 공공기관의 디자인 용역 위주로 사업을 펼쳐온 춘천일기에게도 지역자원을 활용한 제품을 그것도 청년 농부와 함께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렇게 춘천 디자인 스튜디오와 화천 청년 농부가 강원도의 매력이 담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만났다.

     

    미팅중인 춘천일기 강승용 대표(왼쪽)와 너래안 송주희 대표. (사진=최정혜)
    미팅중인 춘천일기 강승용 대표(왼쪽)와 너래안 송주희 대표. (사진=최정혜)

    가장 먼저, 기름의 이름을 “햇들애유”로 지었다. 직관적으로 햇들깨를 이용해 만든 기름이라는 의미전달과 함께 강원도의 사투리 “그랬드래요(유)”를 연상시켜 재미를 더했다. 

    제품도 세분화했다. 들깨를 볶지 않고 짜 샐러드드레싱이나 생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강한 맛’, 두부구이나 계란프라이에 식용유 대신 쓸 수 있는 ‘담백한 맛’, 볶음 온도를 높여 참기름 대신 나물무침이나 비빔밥에 넣어 먹을 수 있는 ‘고소한 맛’까지. 커피 로스팅처럼 깨를 볶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들기름의 특징을 반영해 세 가지 맛의 기름을 출시했다. 

    디자인도 전부 바꿨다. 흔히 볼 수 있는 투박한 기름병 대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예쁜 병에 화천의 산과 들이 수채화로 그려진 라벨 디자인, 1인 가구와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기 힘든 맞벌이 부부 등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100ml 소용량 구성도 마련했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만들고, 기름병에 스티커도 직접 붙여가며 A부터 Z까지 직접 우리 손으로 만든 제품을 텀블벅 펀딩으로 선보였다. 펀딩으로 모인 금액은 400여만원, 100명에 가까운 분들이 햇들애유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주셨다. 햇들애유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나가고자 하는지, 그 시작점과 마음가짐을 되새겨준 소중한 프로젝트이다. 

    2023년 햇들깨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어떤 분들이 햇들애유를 만나게 되실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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