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영화로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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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영화로운 만남

    • 입력 2023.08.18 00:00
    • 수정 2023.08.18 12:44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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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8월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아주 소소하고 개인적인 이유인데, 내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생일을 앞두고 때 이른 생일 선물이 다정한 메시지와 함께 도착했다. 선물을 보낸 이는, 바로 영화감독 방은진 감독님. 

    며칠 전이 감독님 생신이셔서 소양 보리빵을 보내드렸더니 이렇게 바로 또 선물을 보내주신 것이다. 이러려고 선물을 드린 건 아니었는데, 쑥스러웠지만 생각난 김에 꺼내놓는 감독님과의 첫 만남 이야기.

    춘천에 왔을 때,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춘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중 가장 재미있어 보였고, 실제 지원까지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강원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매니저란 포지션이었다. 

    도내에서 촬영을 원하는 제작사나 감독에게 강원도 곳곳의 장소들을 소개하고, 실제 촬영이 진행될 경우 여러 지원을 돕는 그런 업무였다.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나에게 꼭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성 들여 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까지 보았지만 아쉽게도 탈락이었다. 

    1년여의 세월이 흘러 어엿한 청년(초보) 사장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춘천일기 매장 앞에서 마주친 익숙한 얼굴은 바로 방은진 감독님. 면접 때문에 홈페이지로 찾아봤던 강원영상위원회의 위원장이셨던 감독님은 영상위 분들과 함께 육림고개에 오셨고,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감독님이 배우로 출연한 작품들과 직접 연출하신 작품들을 거의 빠짐없이 찾아봤던 팬이라 처음 뵈었지만 원래 알던 사이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영상위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면접에 떨어져서 이렇게 창업하게 되었다는 소개도 덧붙였다. 팬심이 통한 것일까? 감독님은 식사를 마치고 춘천일기에 들러주셨다.

    그렇게 서로를 팔로우하고 인스타그램 친구로 '좋아요'를 남기던 어느 날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조직위원회 업무 때문에 당분간 춘천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우리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같이 지내고 싶다는 반가운 말씀이었다. 

     

    방은진 영화감독이 보낸 손편지. (사진=최정혜)
    방은진 영화감독이 보낸 손편지. (사진=최정혜)

    그렇게 감독님은 우리의 첫 번째 장기 숙박 게스트가 되셨다. 감독님의 반려견 삽살개 마루도 함께였다. 감독님은 영화제 준비로, 우리는 새로 막 시작한 춘천일기의 여러 프로젝트로 얼굴도 못 보고 하루가 지나가는 적도 많았다. 하지만 같이 와인 한잔, 막걸리도 한잔하며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밤들이 지금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춘천과 평창에서 감독님과 차곡차곡 추억들을 쌓아가던 어느 날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갑작스럽게 폐지되었다. 시작부터 많은 이들이 얼마나 정성스레 영화제를 만들어왔는지, 평창이란 지역이 이 영화제를 통해 얼마나 들썩였고 사랑받았는지 곁에서 지켜본 나에게도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물론 감독님과 영화제 팀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제 팀과 작별하는 마지막 밤, 감독님은 우리 숙소에 일부러 머무르셨다. 다정한 손편지와 마음이 담긴 선물도 전해주셨다. 편지를 읽는 동안 코끝이 찡해졌다. 우리를 만나게 해주었던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감독님과 소중한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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