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춘천으로 퇴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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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춘천으로 퇴근행

    • 입력 2023.08.04 00:00
    • 수정 2023.08.04 14:03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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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요즘 서울에서 수업을 듣는 중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춘천역에서 ITX 청춘 기차를 탄다. 도심을 조금만 지나면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산과 강물 위로 반짝이는 윤슬은 언제봐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면 물론 다르겠지만 사람으로 가득 찬 지옥철 대신 이런 선물 같은 풍경과 함께하는 출퇴근길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도 같다. 

    빡빡한 서울 생활에 지쳐 춘천으로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춘천의 장점은 서울과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춘천을 당일치기 여행지로 찾는다. 그러나 춘천의 진짜 매력을 반나절 또는 1박 2일의 여행으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길게, 2박 3일 동안 춘천에 머무는 여행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춘천으로 퇴근행’. 

    금요일 저녁 집으로 가는 대신 춘천으로 퇴근하는 기차를 타고 주말 동안 충분히 머문 후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만들어진 퇴근행은 단순히 숙박 기간만 2박 3일로 늘린 것이 아니다. 퇴근 후 지친 하루를 위로해 줄 웰컴 드링크로 로컬브루어리 감자아일랜드의 감자 맥주를 마련했고, 여행의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게끔 신선한 로컬재료로 정성껏 만든 조식과 춘천을 누구보다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찐 로컬 맛집 리스트와 추천 여행코스도 준비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맥주와 조식, 여행코스 무엇하나 진심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진심은 통하는 걸까? 퇴근행은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는 퇴근행을 시작으로 다양한 춘천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은 여름휴가 춘캉스 ‘춘천으로 썸머행’이었다. 썸머행엔 이탈리아 트라토리아 수아마노의 특별한 여름 메뉴와 폐가를 고쳐 만든 공유책방 첫 서재 이용권이 포함되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육림고개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겨울엔 조운동 도시재생센터와 함께 ‘춘천으로 겨울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춘천의 원도심 요선동과 조운동을 함께 걸으며 일회용 카메라로 기록하고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보내드리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의 프로그램이었다. 요선동에서 음악 공간을 운영하는 하이하바가 멋진 공연으로 겨울의 낭만을 더해주었다. 
     

    춘천으로 퇴근행. (사진=최정혜)
    춘천으로 퇴근행. (사진=최정혜)

    올여름엔 춘천일기의 오랜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아주 사적인 여행’을 쓴 양주안 작가와 ‘아주 사적인 춘천행’을 준비 중이다. 일반적인 북 토크 형식에서 벗어나 춘천여행도 함께하고 그동안 춘천일기와 양주안 작가가 진행한 로컬콘텐츠 프로젝트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 참가자분이 남겨주신 쪽지에, 우리가 ‘춘천행’을 만든 모든 이유가 다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여름날 행복한 추억 가득 담아갑니다. 일상에 지쳐서 여행계획도 못 정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즐거운 추억도 일상을 살아갈 힘도 가득 채워가요. 춘천 너무 멋진 곳이네요. 사장님들께서 왜 마음을 뺏기셨나 살짝 들여다보고 가요. 또 올게요.”

    춘천행 기차를 탄 모든 이들이 춘천의 숨은 매력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리의 춘천행 기차는 계속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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