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일기] 여행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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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일기] 여행의 기분

    • 입력 2023.11.17 00:00
    • 수정 2023.11.17 07:56
    • 기자명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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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최정혜 춘천일기 대표

    여행을 떠나왔구나 하고 가장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물론 사람마다, 또는 여행마다 다 다를 것이다. 어디를 갈지 장소를 정해 비행기나 기차 탑승권을 예매하는 순간일 수도 있고 목적지에 도착해 낯선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고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들이켜는 순간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바로 여행지 숙소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본다면 숙소에서 일어나 조식을 먹는 시간이다. 별것 아닌 달걀 요리, 빵, 샐러드와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어디를 갈지 숙소에 있는 지도나 안내 책자를 넘겨보며 맞이하는 여행의 시작. 어쩌면 유명한 관광지나 맛집에 가는 것보다 더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 아닐지 싶기도 하다. 그 시간이 좋아서 평소 집에서는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편인데, 여행을 떠났을 때는 어떻게든 시간에 맞춰 조식을 챙겨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숙소를 예약할 때 조금 더 비싸도 반드시 조식이 포함된 요금을 선택하는 건 필수다. 

    처음 게스트하우스를 열었을 때, 기존의 영업방식에 맞춰 조식은 원하는 게스트들만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유료메뉴로 구성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업하게 되었고, 다시 오픈하게 되면서 이벤트로 무료 조식 서비스를 준비했다. 

    강원도 하면 감자니까, 감자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만들어 보고, 육림고개에 있는 올챙이 국수를 사다 누들 샐러드도 만들어 보고, 많은 시도 끝에 완성된 춘천일기스테이의 조식 메뉴.
    갓구운 빵 위에 레몬딜 버터를 발라 화천 오월 농원의 방울토마토로 만든 잼을 올리고, 미니 단 호박으로 만든 스프레드를 바른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도 일반 마트를 이용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로컬푸드직매장에 가서 생산자의 이름이 쓰여 있는 재료를 하나하나 정성껏 고른다. 여기에 우리가 만든 햇들애유 들기름을 한 방울 더 해, 우리만의 들기름 발사믹 드레싱을 만들었다.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숙소에서 일어나 조식을 먹는 시간이다. 사진=최정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숙소에서 일어나 조식을 먹는 시간이다. 사진=최정혜

    뷔페도 아니고 간단하고 소박한 토스트와 샐러드, 그리고 커피 한 잔이지만, 하나하나 의미와 정성을 담아 완성했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봐 준 게스트분들의 반응도 정말 감사했다. 춘천일기스테이가 “조식 맛집” 이란 후기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조식 시간이 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시간이 게스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조식 때 잠깐 나눈 대화를 통해, 게스트 한 분 한 분 이름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과정은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롭다.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다. 여행의 목적이나, 관심 분야를 물어보고 거기에 맞춰 가볼 만한 곳들을 알려드리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서울을 떠나 이렇게 춘천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과 깊은 속 얘기를 나누는 때도 있다. 같은 취향을 가진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적당히 분주하면서, 설렘 가득한 아침 시간. 날씨와 계절에 맞는 템포의 음악과 (음악을 내 기분과 취향에 맞춰 틀 수 있단 것도 소소한 행복 중 하나이다) 공간을 채우는 커피 내음, 매일 아침 난 이렇게 떠나지 않아도 떠나온 듯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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