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문화예술계에 발 들여 놓은 지 사반세기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지금껏 머릿속에서 항상 맴도는 화두가 여럿 있다. 그 화두 가운데 하나가, ‘춘천은 문화도시인가?’ ‘관광도시인가?’ ‘문화관광 도시인가?’라는 질문이다.
춘천이 관광도시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계기는 댐 건설로부터 출발한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아래에 춘천에서는 댐 건설이 본격화되며 1965년 춘천댐이 준공됐고, 1967년 의암댐 준공, 1973년 소양강댐이 준공되며 거대한 호수 도시로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이 가운데 의암호는 1968년 담수가 이루어지며 춘천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너비 5㎞, 길이 약 8㎞, 면적 17㎢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 호수로 탄생했다. 의암호의 크기는 2.9㎢인 여의도 면적의 약 6배에 해당하며, 캠프페이지 면적의 약 12배에 해당한다.
1968년 어느 신문사에서 ‘호반의 도시’라고 명명하며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관광의 돛을 올렸다. 아마도 이는 댐으로 인해 생긴 호수를 관광산업에 접목한 첫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이후 동양 최대 사력댐인 소양강댐이 완공되면서 춘천은 댐과 호수를 접목한 관광사업에 주력하며 호수관광의 도시 이미지를 띄웠고, 1969년 유일한 춘천 지역축제였던 ‘개나리문화제’를 ‘개나리호수문화제’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와 ‘닭갈비와 막국수’라는 향토 음식을 통해 관광의 도시 이미지를 줄곧 이어오다, 1995년 11월 25일 춘천은 춘천인형극제와 마임축제 등의 국제 규모 행사의 성공적 개최에 힘입어 문체부로부터 대한민국 제1호 문화도시란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문화도시 타이틀은 시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개발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타 도시에 비해 비교적 높은 비율을 점하는 등 시의 통합적 노력과 시민의 협력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춘천을 배경으로 한 한류드라마 ‘겨울연가’가 세계화의 기류를 타면서 춘천은 한류 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서며 관광지로도 크게 주목받았다. 여기에 몰려드는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춘천의 닭갈비와 막국수는 전국을 넘어서 세계의 음식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문화의 힘으로 관광의 붐을 일으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9년 말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전 세계가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서 춘천도 비껴갈 수 없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춘천은 2020년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시범사업이 이루어지고 2021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4년간 문화도시 사업이 이루어져 마무리되고 있다.
코로나 정국 속 춘천의 문화도시 사업 행로는 참으로 지난했다. 그럼에도 춘천은 2회 연속 ‘최우수 문화도시’(22~23, 23~24년)로 선정되었고, 올해 전국 네 번째로 2024 문화도시 박람회를 치렀으며 최근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 우수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여 춘천 문화도시 사업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며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도시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으며, 코로나로 세계가 마비된 상황에서 이루어낸 성과란 점에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빈집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사업은 공동화 되어가는 원도심의 7개의 공간을 쓸모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여 공간마다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공간 활용 사업은 원도심의 슬럼화되는 물리적인 환경 문제, 쇠퇴하는 지역 로컬 공간환경 및 커뮤니티 활성화에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춘천의 문화도시 사업이 코로나라는 어둠의 긴 터널을 통과하며 시행되었음에도 성공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결코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내년이면 문화도시 사업은 백서를 통해 엄정한 평가 단계를 거치겠지만, 시민과 함께 다양한 문화 커뮤니티 구축을 이루어내는 성과를 냈고, 지속·가능한 측면에서 이어갈 사업이 여럿 있다고 하겠다. 문화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며 지금껏 이루어놓은 문화도시 사업 가운데 우수한 사례로 평가받은 사업은 이어지기를 시민이자 관계자로 간절히 희망한다.
■ 허준구 필진 소개
-강원문화예술연구소장
-전 춘천학연구소장
-강원도 지명위원회 위원
-춘천시 교육도시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