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가 함께 아이를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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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동네가 함께 아이를 키워요”

    지역 공동체가 참여하는 교육 지향
    이웃사회 구심점 우두나무어린이집
    마당 텃밭 가꾸고, 판매해 성금 마련
    환경 교육과 체험 활동 적극 나서

    • 입력 2024.10.04 00:0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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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배추밭에 개구리가 나타났어요!”

    우두택지 초입에 자리한 춘천시립 우두나무어린이집에서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농부들이 어린이집 마당에 마련한 텃밭을 관찰하고 있을 때, 농작물 사이로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온 관심이 배추밭으로 쏠렸다. 흙 속에서 살아있는 자연을 학습하는 시간. 함께 돌본 텃밭의 작물은 맛있는 급식으로 변신해 식탁에도 오른다.

    우두나무어린이집은 2018년 개원해 시립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사진=권소담 기자)
    우두나무어린이집은 2018년 개원해 시립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사진=권소담 기자)

    우두나무어린이집은 2018년 개원해 시립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춘천에서 가장 입학 경쟁이 치열한 보육 시설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보육진흥원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데다 교직원 17명이 43명의 아이를 돌보는 구조로, 교사 1인당 관리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지역 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과 공동체‧자연‧환경 등 ESG를 강조하는 김혜옥 원장의 교육 철학으로 어린 자녀를 둔 우두 택지 인근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웃들과의 적극적인 교류, 혁신적인 교육 방침으로 온 지역 공동체가 양육에 동참하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는 김혜옥(54) 우두나무어린이집 원장을 만났다.

    김혜옥 우두나무어린이집 원장. (사진=권소담 기자)
    김혜옥 우두나무어린이집 원장. (사진=권소담 기자)

    Q. 어린이집 마당에 마련된 텃밭이 인상적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꾸는 텃밭이에요. 작은 공간에 배추, 무, 쪽파, 쌈 채소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습니다. 아이들이 채소를 관찰하기도 하고 물도 줍니다. 수확하면 학부모들이 채소를 구매해요. 고사리손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판매한 돈을 모아, 연말 독거노인 돕기에 사용하죠. 11월에는 텃밭 배추로 김장 체험도 진행하고요. 남은 채소는 급식에도 쓰입니다. 아이들이 가까이에서 자연을 경험하면서,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데 텃밭을 활용하는 거죠.”

     

    어린이집의 꼬마농부들이 텃밭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어린이집의 꼬마농부들이 텃밭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각종 활동에 학부모들의 참여가 활발하네요.

    “우두나무어린이집은 대기 인원이 많아 입학이 치열한 만큼, 자녀 교육에 열정적인 학부모들이 많아요. 알림장 플랫폼에 감상을 담은 장문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본업을 살려 재능기부 하는 엄마 아빠도 있어요. 추석을 앞두고는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송편빚기 체험에 가족들이 함께하기도 했고요. 숲에서 열린 캠프에선 학부모들이 직접 단체 활동 강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우두나무어린이집은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김장 체험을 진행한다. (사진=우두나무어린이집)
    우두나무어린이집은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김장 체험을 진행한다. (사진=우두나무어린이집)

    Q. 어린이집이 가정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군요. 이웃들과 교류도 많고요.

    “2022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UCC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상금 1000만원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했고, 이웃 노인정에 간식도 전했습니다. 학부모, 아이들, 선생님이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인 만큼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누고 싶었거든요. 갈수록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역 어르신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새해에는 아이들이 노인정에 세배드리러 가고요. 5월에는 운동회를 하면서 이웃 어르신들을 초대해 선물도 나눠드렸어요.”

    Q. 요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적극적이네요.

    “며칠 전에도 아이들 10여명과 서면 애니메이션박물관 일대에서 환경 정화 활동을 했어요. 국립춘천숲체원에서 ‘ESG 실천 in the 숲 가족 캠프’도 진행했고요. 구성원 75명이 숲속을 걸으며 쓰레기도 줍고, 탄소 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학습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활동에 참여해 가정에서도 환경에 대한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죠. 또 어린이집에서 공간을 꾸릴 때 플라스틱 소재의 우드락을 자주 쓰는데요. 대체 재료를 사용하거나, 재사용하는 등 일회용품 절감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옥상에는 태양열 흡수를 최소화하는 쿨루프 페인트를 시공해 에너지 절약에도 나섰고요.”

     

    우두나무어린이집은 최근 국립춘천숲체원에서 ‘ESG 실천 in the 숲 가족 캠프’를 진행했다. (사진=우두나무어린이집)
    우두나무어린이집은 최근 국립춘천숲체원에서 ‘ESG 실천 in the 숲 가족 캠프’를 진행했다. (사진=우두나무어린이집)

    Q. 다양한 교육 방식을 현장에서 활용한다고요.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보육 환경을 지향합니다. 어린이집 구성원들이 같이 동화책을 만들었어요. 이 동화책을 기반으로 학부모가 내레이션에 참여하고, 선생님들이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기관이나 전문가, 이웃들과 연계한 체험활동도 적극적으로 만들고요.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이론을 배우기 위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동덕여대에서 아동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Q.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떠오르네요.

    “우두나무의 자랑은 학부모와 지역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예요. 나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와 지역 사회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어린이집이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우두나무어린이집을 매개로 모두가 함께 웃으며 행복할 수 있는 ‘세대 공감’이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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