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 결손에 ‘지역화폐법’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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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세수 결손에 ‘지역화폐법’ 무산되나

    정부, 지역화폐법 거부권 행사
    정부 재정 투입 의무화 법안
    재의결 시 통과 불투명
    30조원 세수 결손에 명분도 상실

    • 입력 2024.10.01 00:09
    • 수정 2024.10.04 00:1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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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상품권. (사진=MS투데이 DB)
    강원상품권. (사진=MS투데이 DB)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지역화폐법’이 갈림길에 직면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표결에 들어가게 됐는데 앞서 방송4법, 25만원법 등에서 이탈표가 나온 점을 고려하면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세수펑크가 30조원에 달한다는 최근 추계결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19일 야당이 국회 본위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안건이다.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수순이다. 정부는 본회의 통과 직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이들 법안은 본회의 재표결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거대 야당의 의석수를 고려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마냥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뒤엔 국회가 무기명 투표로 재의결을 할 수 있는데, 앞서 방송3법 등 야당이 밀어붙인 법안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와 부결됐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재량의 성격이라 예산을 편성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는데 이 법안은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로 바꾸는 것이다.

    법안이 발의된 배경은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는 무조건 편성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자체들도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화폐법이 무산되면 지원액이 줄어들고 할인율 등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강원지역에 교부된 지역화폐 국비는 173억4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줄었다. 춘천시도 올해 춘천사랑상품권 상시 할인율을 10%에서 7%로 축소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달 발행되면 금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예산이 줄어들면 발행액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며 “지자체 예산을 더 쓰는 것도 부담이 만만찮은데 시민들 불만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예산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방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2017년 도입됐는데, 2019년 800억원대였던 예산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2021년 1조2000억원까지 불었다. 이에 정부는 재정 부담이 크고, 소비진작 효과도 미미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재의요구 의결 직후 “의도하는 소비진작 효과는 없는 반면 지자체간 ‘부익부빈인빈’ 현상이 가속화하는 법률안에 다시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애초 지역화폐는 낙후된 지역에 한정해서 발행해 지역 경기부양 효과를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국 모든 지자체가 발행하면서 효과가 상쇄됐고, 경기 부양보단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지역화폐 지원을 국가가 의무화 한다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자체 발행 여력이 충분한 ‘부자 지자체’에게도 돈을 더 주는 꼴이 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무분별하게 국비가 투입되면 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추계한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2024년 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한 본예산(367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6조원 가량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상황에 무리한 예산 편성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쓰는 사람만 이득을 보게되고, 세금을 내는 모든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당장은 할인 받아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자지체 예산이 계속 무리하게 들어갈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재정에도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성권 기자 ks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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