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원자치도 치매 환자 하루 1명씩 실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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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강원자치도 치매 환자 하루 1명씩 실종된다

    실종자 증가에도 강원도 예방 예산 0원
    배회감지기 보급 늘려 가족고통 덜어야
    도내 치매환자 고령자 열 명 중 하나꼴
    춘천, 요양 보호사도 부족해 돌봄 한계

    • 입력 2024.10.03 00:09
    • 수정 2024.10.03 12:37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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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숨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올해 70세가 넘은 어머니를 둔 유모씨는 고민이 많다. 어머니로부터 하루에 10통이 넘는 전화를 받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으면, 물어봤던 내용을 또다시 묻곤 한다. 홀로 지내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도 들지만,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유씨는 최근 들어 깜빡하는 증상이 잦아진 어머니를 모시고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해 인지선별검사를 마쳤다. 결과는 치매 초기 진단이었다.
     

    도내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입소자들이 식사 후 양치질을 하고 있다. (사진=MS TODAY DB)
    도내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입소자들이 식사 후 양치질을 하고 있다. (사진=MS TODAY DB)

    ▶치매 노인의 실종 신고 2020년부터 급증

    치매환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길을 잃고 거리나 마을 야산을 헤매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치매 환자는 언어능력이나 기억력, 시공간 파악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의원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치매 환자 실종 신고는 2020년부터 200건을 넘기 시작했다. 노인 인구도 2020년 이후 매년 1만6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실종 신고 건수는 △2021년 210건 △2022년 403건 △2023년 269건에 달했다. 최근 3년 새 연간 평균 294건이다.

    치매 환자는 실종 신고 후 발견까지 평균 11.8시간(경찰청 통계)이 걸린다. 가족은 물론 경찰, 소방이 동원돼 실종자 주변 마을을 샅샅이 뒤지거나, 수색대를 꾸려 야산을 수색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실종 노인을 찾기까지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사는 가족들은 '간병 돌봄 근심증'에 시달려 한시도 환자 곁을 떠날 틈조차 낼 수 없다. 작년 7월에 실종된 삼척 도계읍의 90대 할머니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찾지 못해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다.

    치매 환자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배회감지기를 보급하거나, 배회 가능 어르신의 정보를 담은 개인 고유번호를 기록한 인식표 발급하고, 치매 체크 애플리케이션(앱) 배회 감지 서비스 및 지문 사전등록을 하면 가족을 찾는데 큰 보탬이 된다. 실제 배회감지기를 부착한 실종 노인은 실종 신고 후 평균 1.1시간(66분)이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런 실종 예방 장치가 도내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위치 추적 장치가 탑재된 손목시계형 ‘행복 gps’등 배회감지기를 사용하는 도내 치매 노인 수는 170명가량에 불과하다. 민간 업체의 사회 공헌사업이기 때문에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에서 대여하는 배회감지기도 작년 말 도내에 543대가 보급되었다. 60세 이상 도내 치매 환자 수(4만397명)의 1% 수준인 적은 숫자다. 더욱이 도내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지문 등록을 한 치매 환자 수도 작년 1737건 수준에 그쳤다.

    도는 그나마 지난 2017년 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치매 노인 실종 예방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예산을 점차 줄이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전액 삭감했다.

    치매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데 치매 관련 예산을 소홀히 하는, 고령사회를 거꾸로 가는 길을 택한 셈이다. 올해 도에서 편성한 치매 관련 사업 예산은 총 112억 수준이다. 하지만 그중 치매 치료관리비 지원 사업에 쓰이는 약 11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비 지원에 속한다.

     

    강원지역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지역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2050년엔 도내 치매 환자 12만명 육박

    도내 치매 고령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22년에 치매로 병·의원에서 진단 치료받은 환자가 3만3966명이었다. 65세 고령 인구(33만9954명)의 10%였다. 그러나 치매인 줄 모르고 병·의원을 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중앙치매센터가 추정한 2023년 치매 환자는 3만9479명이다. 65세 이상 인구(35만7397명) 중 11.1%로 9명 중 1명꼴이다. 치매는 △최경도 △경도 △중등도 △중증 등으로 나눈다. 도내에서 중등도 이상의 환자는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치매 진단을 받기 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가 있는 경우도 8만2428명으로, 노인 인구 4명 중의 1명꼴이다. 치매 환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을 알려주는 경고 수치다.

    실제 도내 고령 치매 진단치료 환자도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8년 3만732명이었으나 5년만인 2023년 3만9479명으로 1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11만9171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7명은 치매 환자라는 것이다. 고령 인구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앞으로 치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요양 보호사 없어서” 요양 시설도 환자 못 돌봐

    치매 환자를 돌보려면 충분한 시설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시설 확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요양 보호사 구하기라고 관계자들을 입을 모은다. 춘천시립요양원은 100명을 돌볼 수 있지만, 현재 60여명밖에 안된다. 더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지만 요양 보호사가 30명인 탓이다.

    정부는 현재 요양 보호사 1명이 2.3명을 돌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시설에 빈자리가 있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 요양 보호사는 “대부분 200만원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지만, 업무가 힘들어서, 자격이 있더라도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춘천에는 내년에 시립 치매전담형 요양원이 세워지지만 요양 보호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요양 보호사 1명당 맡아야 할 환자 수가 2명으로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더 많은 요양 보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설도 날이 갈수록 노후화되는 것도 문제다.

    도내 노인요양시설 231곳 가운데 2010년 이전에 만든 곳이 73곳에 이른다. 3곳 중 한 곳이 20년을 넘은 곳이다. 이 때문에 요양 시설의 부익부 빈익빈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환경이 좋은 일부 시설로 환자가 몰리면서 대기표를 뽑아야 할 정도이다. 그러나 환자가 없는 곳은 폐업 위기를 맞고 있을 정도다.

    요양시설 관계자는 “시설 격차 때문에 중환자 중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몇 개월째 헤매는 경우가 생겨 가족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경 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노인에 대한 문제는 세대 간의 공감이 필요한 분야로, 젊은 세대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지자체는 의지를 갖고 치매 노인 실종 예방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노인들의 빠른 구조를 위해 cctv 조회를 간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동섭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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