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일번지 명동은 '옛말'⋯강남동·거두리로 바뀐 '상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춘천 일번지 명동은 '옛말'⋯강남동·거두리로 바뀐 '상권'

    -명동거리·닭갈비 골목, 오후 8시면 텅텅
    -먹거리 성지 강남·퇴계동상권, 바글바글
    -‘주거밀집’ 거두리 상권, 낮·밤도 활성화

    • 입력 2024.08.29 00:06
    • 수정 2024.08.30 13:15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후 8시면 텅텅 비는 춘천 명동거리·닭갈비 골목

    “문 여는 게 손해에요. 닭갈비 골목 절반 가까이 문 닫았죠.”

    26일 저녁 춘천 명동 닭갈비거리. 퇴근 시간이지만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다. 골목 입구 첫 번째 닭갈비 가게부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임대문의 현수막이었다. 코로나 시기도 버티며 수십년간 자리를 지켜왔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상황은 심각했다. 주말이면 서울 등에서 오는 손님들로 붐비지만, 평일에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20년 넘게 닭갈비 가게를 운영해온 최모씨는 “9시면 명동에 있는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아 사람이 없고, 식당 같은 경우는 마지막 주문이 8시까지라 사실상 8시만 되면 불이 꺼진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저녁 춘천 명동 닭갈비 거리(왼쪽)와 명동거리(오른쪽)에 사람이 없어 한적한 모습. (사진=이종혁 기자)
    지난 26일 저녁 춘천 명동 닭갈비 거리(왼쪽)와 명동거리(오른쪽)에 사람이 없어 한적한 모습. (사진=이종혁 기자)

     

    명동거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동은 1960년대 이후 춘천 경제의 중심지이고, 유일한 도심 역할을 해왔다. 명동입구~배용준동상의 160여m거리의 도로 양옆으로 46개 매장이 있다. 2층 매장까지 따지면 90개를 웃돈다. 한때는 교복 판매업소부터 양복점, 유명의류 매장, 제과점, 서점 등으로 빼곡했던 거리였다. 하지만 이젠 서점도, 양복점도, 제과점도 사라졌다. 

     오가는 인파도 예전보다 못하다. 속옷 가게 한 곳은 ‘점포 정리’를 위해 50~80% 할인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유명 정장 브랜드를 10년 넘게 운영해온 가게의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2층 매장 대부분은 불이 꺼져있었고, 식당 몇 곳과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 무인 매장 정도만 점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조운동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4만5462명, 약사명동은 5만2487명에 불과하다.  부도심으로 부상한 춘천 KBS앞 강남동(20만9688명), 퇴계동(20만5857명)에 턱없이 적은 유동인구다.  도청과 시청의 출퇴근자 수를 빼면 사실상 명동 상권에 소비하러 오는 경제 인구는 매우 적은 편이다.

    명동 상가 관계자는 “2년 전 춘천에 모다아울렛이 들어서면서 명동 상권이 급격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명동에서 장사하다 아웃렛으로 입점한 점포만 열 개는 될 것”이라며 “돈을 쓰러 오는 사람이 없어 보증금 까먹고 있는 상가가 태반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종혁 기자 ljhy0707@mstoday.co.kr

     

    초저녁부터 바글바글⋯춘천 상권의 핵심 강남·퇴계동

    춘천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강남동으로 월평균 20만9688명이 오간다. 행정동 기준으로 강남동은 삼천·온의·칠전·송암동을 품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유는 새로 들어선 아파트가 많은 데다 대형마트 2곳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외버스터미널과 명동 상권에 타격을 준 모다아웃렛까지 생겨 사람들이 몰린다.

    온의동은 이마트 말고는 특별한 기반 시설이 없었지만, 온의지구개발사업을 통해 2010년 롯데마트에 이어 2015년  ‘롯데캐슬 스카이클래스(993가구)‘가 들어서고, KBS춘천방송총국이 이전하면서 급부상했다. 춘천 아파트 시세를 이끄는 ‘대장아파트’ 단지 4~5곳이 한 지역에 몰리자, 춘천의 주거 중심축이 퇴계동에서 온의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평이 나올 정도다.

    강남동 다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퇴계동도 하루 평균 20만5857명이 오간다. 특히 ITX와 지하철을 끼고 있는 남춘천역이 있어 춘천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석사동(11만6566명)도 애막골과 최근 대형 쇼핑시설이 새로 들어서면서 춘천 유동인구 3대 지역이 됐다.

     

    지난 26일 저녁 춘천 퇴계동 식당가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지난 26일 저녁 춘천 퇴계동 식당가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김성권 기자)

    도시개발의 상징인 먹거리 상권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26일 저녁 퇴근시간에 찾은 퇴계동의 한 아파트단지 근처 식당가와 골목길은 주차된 차량들로 빼곡했다. 길에서부터 식당 여기저기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왔고, 몇몇 식당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직장인 정모(37)씨는 “칼퇴근하고 왔는데도 웬만한 식당은 다 차있어 주차가 어렵다. 올 때마다 밥을 먹으로 오는건지 주차를 하러 오는건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고깃집 앞에 차를 세운 정씨는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만날 때면 주로 퇴계동이나 석사동 주변으로 온다”며  “강북은 먹거리가 있다고 해도 불편하고, 명동이나 대학가 주변은 이미 상권이 죽은지 한참 되다보니 가본지도 오래 됐다”고 말했다.

    후평동에 거주한다는 왕모(40)씨 "요즘에는 약속 잡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이 근방으로 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강대후문이나 명동으로 가긴했는데 요즘 시내 쪽은 닭갈비 이런거 말고 뭐 별로 없다"고 말했다.

    춘천의 한 공인중개사는 "퇴계동과 석사동은 교통과 상권, 교육시설 등 인프라가 갖춰진 생활권이 된지 오래다.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었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강북지역보다 상권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권 기자 ksk@mstoday.co.k

     

    ‘주거밀집’ 거두리 상권, 밤·낮 '북적북적'

    지난 27일 오후 12시쯤 거두리 상가 밀집지가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차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27일 오후 12시쯤 거두리 상가 밀집지가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차있다. (사진=오현경 기자)

    지난 27일 오후 12시쯤, 춘천 동내면 거두리 상가 밀집지. 점심식사를 하러 온 차량들로 가득 채워졌다. 식당 내부는 일찍부터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고, 문 앞에는 대기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6~7명 가까이 서 있었다.

    거두리 먹자골목은 춘천에서 손꼽히는 활성화 상권이다. 부영, 호반베르디움, 현대성우오스타, 거두LH행복주택 등 근처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1만7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어 풍부한 배후 수요를 두고 있다. 주중에는 점심 식사로도 사람이 몰리지만,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술자리를 갖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몰린다. 최근에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서 거두리의 한 닭갈비 전문점이 소개되면서 주말 외지인 방문도 늘고 있다. 

    근처 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이모(32)씨는 “장사가 잘되는 맛집들이 대부분이라서 평일 점심에도 도착 후 몇 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상가 수로 보면 춘천에서 명동일대(2411개)에 이어 두번째(959개)로 많이 형성됐다.  KBS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강남동 일대 상가((790개)를 훨씬 앞지른다.  또한 골프장과 골프웨어, 스포츠 의류 상점 등 41개 매장이 입점해있는 로데오 거리 상가도 있다. 2000년대 초반에 형성된 이 거리는 유명 스포츠의류를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들어 40~50대들이 많이 찾는 거리로 변모했다.

    춘천시민 공모(34)씨는 “근처에 갈 곳이 많아 저녁 술자리는 1, 2차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거두리로 자주 오게 된다”며 “최근에는 이자카야형 술집도 새로 생겨 더 활성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거두리 상권은 주거밀집지역에 형성돼 생활 인프라가 풍족하기 때문에 낮, 밤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