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공간 활용, 건강한 삶을 찾아주는 ‘치유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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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농촌 공간 활용, 건강한 삶을 찾아주는 ‘치유농업’

    [기고] 김윤상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교육공보팀장

    • 입력 2024.06.08 00:00
    • 수정 2024.06.13 19:09
    • 기자명 김윤상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교육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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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교육공보팀장
    김윤상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교육공보팀장

    허브가든에서 매리골드, 한련화를 한가득 바구니에 담고, 제철 과일을 맛보는 치매 어르신들의 얼굴에 어린 시절 뛰놀던 뒷동산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한련화의 빨간 꽃잎을 보면 동공은 확대되고, 뇌의 주의력과 인지력이 상승한다.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경증 치매나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활동을 실시한 결과 기억력은 18.5%, 인지능력은 35.7% 상승했고, 반면 우울감은 68.3% 줄어들었다.

    자연 속에서 농업 활동을 통해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안정화하는 ‘치유농업’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많은 이웃이 반려견과 소통하고, 주말에는 등산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깨끗한 공기를 마신다. 봄철 벚꽃을 보며 표정은 밝아지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은 자연이 인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식물, 문화, 환경 등 농촌 자원과 연계해 사람의 심리‧사회‧신체 건강을 도모하는 산업이나 활동을 치유농업이라 한다.

    치유농업은 19세기 산업화를 거치며 도입됐다. 산업화 시기 정신질환자가 증가하자 영국은 자연환경과 정원이 환자의 치료에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병원을 지을 때 산책길과 다양한 식물을 포함한 정원을 함께 설계했다. 치유농업의 대표 국가, 네덜란드의 ‘그린 케어’는 농장에서의 농업 활동과 튤립 등 다양한 꽃을 통해 현대인의 정신건강과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 미국, 일본 등도 농업‧원예 ‘테라피’라는 이름으로 병원과 고령자, 장애인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치유농업 개념이 확산했다. 정부는 치유농업 연구개발과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과 제도 연구, 프로그램 개발, 치유농업 산업화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치유농업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소금강 치유마을, 평창 라벤다 농장 등 도내 15개 시‧군에 치유마을과 농장 57곳을 조성했다. 또 강원도교육청, 사회서비스원, 광역치매센터 등 관계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발달 장애인, 치매 노인, 학교 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치유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유농업사, 즉 전문인력이다. 강원지역에선 양성기관인 가톨릭관동대를 통해 지금까지 21명의 치유농업사가 배출됐다. 또한, 시설 운영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농업기술원은 해당 경영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기초‧심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미래 치유농업 운영의 거점 역할을 담당할 치유농업센터를 2025년까지 농업기술원 내 준공하고, 치유과학실, 실습 텃밭, 체험공간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강원자치도는 농촌 고령화와 지역소멸 위기에 놓여있다. 농촌의 위기는 치유농업의 산업화로 극복할 수 있다. 치유농업을 기반으로 농촌 공간을 재구성하고, 도시민과 청년이 찾고 즐기는 곳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건강한 농업도시로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환경심리학자 로저 울리히는 1984년 ‘환자의 치유력에 미치는 병원 환경’ 연구에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병실과 볼 수 없는 병실을 비교한 결과, 자연경관이 수술 후 통증 감소, 입원 기간 단축 등을 도출한다는 결과를 내 치유정원 도입에 중요한 과학적 입증 사례를 남겼다.

    국내에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어린이 방과 후 돌봄 등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복지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을 지키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자신의 가치를 자연 속에서 찾아가는 미래산업의 큰 축, 치유농업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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