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위기 청소년 증가’⋯ ‘따뜻한 관계’로 ‘삶의 질’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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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건강 위기 청소년 증가’⋯ ‘따뜻한 관계’로 ‘삶의 질’ 높여야

    [기고]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 입력 2024.06.24 00:00
    • 수정 2024.06.24 21:56
    • 기자명 정문걸 철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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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정문걸 철원교육지원청 교육장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한국, 미국, 프랑스 등 17개 선진국 성인 18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 세계인이 꼽은 1위는 ‘가족과 아이’였다. 무려 14개 국가에서 1위로 꼽혔는데, 1위가 아닌 국가는 스페인, 대만, 한국이다. 17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꼽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 1위는 ‘물질적 풍요’, 곧 돈을 의미했다.

    예전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중심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시내 가게들이 저녁 6시 정도가 되면 문을 닫았다. 알고보니 일찍 문을 닫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24시 영업하는 편의점이나 음식점이 즐비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문화였다. 어디서나 밤늦도록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잠 못 들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는 개인의 ‘삶의 질’은 고려하지 않은 채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상이 되었을까.

    UN 산하 자문기관 SDSN(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이 발표한 2023년도 ‘세계행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행복지수 1위는 핀란드다. 이어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순이다. 한국은 57위다. 

    행복지수 2위의 덴마크에는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잘난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별히 잘난 사람도 없고, 못한 사람도 없으니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살라는 뜻이다. 

    하버드대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가 700여명의 삶을 85년간 추적한 결과, 행복을 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 명예, 학벌이 아닌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에 있다고 한다. 출산율 세계 꼴찌, 자살률 OECD 1위인 우리에게 있어, 아동기 ‘가족과의 관계’는 최고의 투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건강 위험신호가 발견되는 아동·청소년이 5년 전보다 증가해 2%가 자살 생각을 경험하고, 1년 안에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은 4.9%나 된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생애 전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청소년의 실태를 살펴보면, 정신건강 위기청소년의 증가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청소년이 겪는 복잡한 문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문화가 자리 잡아 가정에서부터 보호하고, 지역협의체를 통한 사례관리로 고립·은둔 청소년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또 일대일 상담, 방문학습, 치유 지원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중등교사의 정신건강 상담 역량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은 인생의 시작 단계에 있는 미성년자이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어른들의 관심과 보호, 도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우선하는 사회문화 형성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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