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연속 보도 중인 ‘지역 안 챙기는 국회의원’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은 잘못된 선거구 획정 뿐 아니라 그 이후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민의힘 의원은 당선 후 지역 현안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는 의원으로서 춘천을 비롯해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민들에 대한 무관심과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위클리매거진 137호, 138호 보도>
게다가 한 의원을 비롯한 장성 출신 의원들이 주도해 군 출신 국회의원의 퇴역연금 수령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의 이해와 관계된 법안에만 적극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춘천시민 상당수는 한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 치고는 지역민을 만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가 한 의원 3선(2020년) 이후 최근까지 3년간 한 의원의 공식블로그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한 의원은 이 기간 총 34회 지역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 됐다. 이 가운데 춘천 방문은 10번에 그친다.
한 의원이 춘천을 찾은 경우는 광복절 경축식, 6·1 지방선거 당선인 초청 강원발전 교례회, 대학도시 춘천 지역발전 정책연구과제 포럼 등 당이나 지방정부 차원의 주요 행사 위주였다. 오히려 춘천 시의원이나 지역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실을 찾아 한 의원을 만나는 경우가 더 흔했다.
국회의원 재산공개 목록에 따르면 한 의원은 서울 서초동에만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 춘천은 물론이고 철원 등 지역구에 보유 주택이 없을 뿐 아니라 전세 등 고정된 거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한 의원은 서울에서 거주하면서 선거 때만 지역구를 찾아 몇 달 머물며 선거운동하고 다시 떠나는 것으로 안다”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 의원의 지역구 관리 소홀에 대한 본지 보도가 나간 뒤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냈다. 황모씨는 “선거철만 기러기처럼 왔다 가는 국회의원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한 모씨는 “지역구 신경 좀 쓰세요“라고 했다. 실제 “춘천에서 한 의원을 본 적이 없다”며 “이 분이 춘천과 관련있는 분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독자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 의원이 다른 장성 출신 의원들과 함께 군인연금 수급 대상을 군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넓히는 법안을 추진한 것도 질타를 받고 있다. 현행법은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 중에는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군인연금법 개정안은 선출직의 월급이 군인연금 수령액보다 적을 경우는 차액만큼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선출직 공무원이 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월급액과 관계 없이 군인연금의 최소 50%를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혜택을 보는 인물은 11명이며, 이 중 군 출신 국회의원이 5명(한기호·김병주·민홍철·신원식·윤재갑 의원)이다. 국회의원의 월급은 군인연금보다 많아 연금만 추가로 받게 된다. 이런 내용이 논란이 되자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군 출신 지방 의원의 길을 터주자는 뜻“이라며 “국회의원은 안 줘도 좋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지역구 획정이 지역구 관리 소홀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그렇게 지역구가 묶였더라도 배 이상 노력을 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이쪽저쪽 다양한 지역구를 대변하기 위해 더 뛰어다녀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역구 하나 제대로 못 챙기면서 장성 출신이라고 특혜나 받으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행태”라며 “자신의 지역구에 애정과 관심은 곧 그 사람의 정치 역량이다. 공천만 받으면 춘천은 알아서 밀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