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가 공모사업에 참여해 뽑힌 겁니다. 사업 준비 과정에서 한기호 의원의 역할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춘천시 공무원)
한기호 의원은 자신의 임기 전반 2년 성과와 관련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공약 이행 현황 자료에 ‘우두동,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건립(이행 완료)’이라고 적었다. 공약 취지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춘천 강북지역 문화시설 건립으로 지역주민 복지 증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사업은 춘천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시설 확충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결과다. 21대 총선(2020년) 한 해 전인 2019년부터 추진됐으니 한 의원 공약과 전혀 무관한 사업이라는 의미다.
설립 취지도 한 의원 측이 자료로 제출한 강북지역 주민 복지 증진이 아니다. 시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체육센터를 건립해 사회적 약자 배려와 균형적인 체육 발전을 도모하자'는 목적이 적혀 있다.
【지역 안챙기는 국회의원】 시리즈 목차
① “춘천 국회의원 맞나” 지역구 안 챙기는 국회의원
② 국방만 챙겼다⋯국회 회의록 빅데이터 분석
③ 한기호와 춘천시민, 기형 선거구가 만든 ‘잘못된 만남’
④ 공약도·성과도 없는 국회의원의 ‘숟가락 얹기’
⑤ “내가 하면 내 공약?” 한기호 8대 춘천 공약 점검
⑦ 지역구 소홀하더니⋯군인연금 ‘셀프 입법’ 논란
⑧ 12년 밀어준 접경지 주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⑨ 춘천 홀대 낳은 기형적 선거구⋯개편 논의 시급
한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내세운 선거 공약과 공약 이행의 성과로 내세운 사업들 상당수가 이런 식이다.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사업을 맡았던 시 공무원은 “시가 공모사업에 참여해 사업을 기획하고 설명해 뽑힌 것뿐”이라며 “(선정 과정에서) 한 의원의 도움이 있었는지는 실무자 선에서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담당공무원이 노력해 얻은 성과를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생색낸 셈이다.
주전공인 군부대 연계 공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신북읍 항공단 이전 및 102보충대 부지 활용방안 마련’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 사업 역시 선거 전 결정된 사업으로 확인됐다.
춘천시에 따르면 102보충대 주차장 부지를 동물복지센터로 건립하는 사업은 2019년 7월 확정됐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찬반투표까지 거쳤고, 선거 전에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더군다나 이 사업은 최초 허 의원이 강원도당 위원장 시절 시의원과 청와대를 직접 방문해 요청하면서 공론화됐다. 시가 직접 관여하고, 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했을 뿐, 한 의원과는 무관하다.
의암호 관광 순환벨트 조성 추진도 민선 6기 때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2018년 최동용 전 춘천시장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순환 벨트'라는 용어도 당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공약들도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재탕·삼탕’ 공약이 대부분이었다. 서면대교 및 소양8교 건설, 제2경춘국도 노선 선정 및 조기 착공, 춘천~철원 고속도로 건설 추진 등 대부분 10여 년 전부터 국책 사업이나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된 SOC 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여야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21대 총선 당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시점이었다. 한 의원은 새로운 내용이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조기 착공', 'SOC 확충', '도로 건설' 등 단어만 추가해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버스노선 원상 복귀 공약도 시와 시의회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던 현안이었다. 수년째 공전을 거듭하면서 시가 주도적으로 사안을 관리하다 최근 준공영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의 의견이나 관여한 사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숟가락 얹기식이나 재탕 공약이 무책임한 정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전부터 추진되던 사업들에 대해서도 공약을 내걸 수 있지만 그러려면 지연되거나 앞선 의원들의 공약 이행이 잘 안된 부분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맞는다”며 ”(한 의원의 춘천 관련 공약에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있고, ‘내가 하면 내 것’이라는 식이어서 제대로 된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의원뿐 아니라 의원실에 공약 이행 정보를 달라고 하면 지자체 담당자 연락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의원실에서 현안 파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공약을 낼 때나 이행됐을 때 생색은 의원이 내고, 부담은 지방정부에 미루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한 의원의 춘천과 관련한 공약과 이행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 의원 측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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