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만 챙기고, 지역구는 소홀⋯국회 회의록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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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만 챙기고, 지역구는 소홀⋯국회 회의록 빅데이터 분석

    본지,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 서비스 분석
    한 의원, ‘춘천’등 지역 발언 횟수 ‘순위 밖’
    춘천 초유의 단수 사태 때도 외면

    • 입력 2023.02.09 00:01
    • 수정 2024.01.02 13:46
    • 기자명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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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으로 18·19·21대 국회 의정 활동 내내 국회 국방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주요 상임위원장에 오른 것은 성과로 평가받지만 그러는 동안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는 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그의 정치적 기반인 접경지역이 아닌 춘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 의원은 의정활동 내내 국방과 군 등 상임위 현안에만 몰두했다. 이는 MS투데이가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춘천을 비롯한 강원권 의원들의 21대 국회 발언 횟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한 의원은 21대 회기 동안 총 3738회를 발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의원의 발언을 키워드별로 살펴보면 '북한'을 언급한 횟수가 366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방부'(322회) '군인'(279회) '부대'(206회), ‘총장’(114회), ‘공군’(109회) ‘군사’(98회) 등의 순이었다. 한 의원이 국회에서 언급한 단어 중 가장 많은 10위 내의 단어가 모두 군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춘천’이나 관련된 단어는 순위 내에 없었다.

     

    한기호 의원과 허영 의원이 21대 국회 회기 중 발언한 주요 키워드를 비교한 자료.(그래픽=박지영 기자)
    한기호 의원과 허영 의원이 21대 국회 회기 중 발언한 주요 키워드를 비교한 자료.(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의 허영 의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 허 의원은 춘천·철원·화천·양구갑 국회의원인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8회를 발언했다. 허 의원 역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역시 상임위와 관련된 'LH'(123회)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다음으로 ‘국가’(80회), ‘민간’(76회) ‘지자체’(71회), 조사(70회)에 이어 ‘춘천’(67회)이란 단어를 6번째로 많이 언급했다.

    한 의원에게 지역구 주민들이 관심 밖이라는 불만은 춘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 의원의 지역구 중 한 곳인 접경지의 한 기초의원은 "한 의원이 접경지 중에서도 오직 철원 중심으로 챙긴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군부대 관련 사안 외에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의원과 허 의원은 지역 주민들과 긴밀한 정도를 나타내는 정치 후원금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내역'을 보면 한 의원은 1억1103만원의 후원금을 모집하는 데 그쳐 강원도 내 의원 8명(당시) 중 꼴찌였고, 전체 의원 중에서도 254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허 의원은 1억6061만원을 모금해 한도액 1억5000만원을 넘어 도내에서는 1위였고, 전체 의원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정치 후원금의 ‘질’에서도 차이가 크다. 허 의원은 한 의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모금하면서도 고액 후원자의 비중이 작아 십시일반 개인들의 후원 위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 허 의원은 전체 모금액 중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가 낸 금액이 6.2%(100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한 의원은 18%(1999만원)가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였다. 지역 주민들보다는 기업인 등 '큰 손'들의 후원금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고액 후원과 달리 소액 후원은 의정활동과 인맥, 인기, 지역과의 소통 등 자발적인 지지와 민심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했다.

    지역구를 향한 관심은 춘천시 주요 현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났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2021년 춘천시 전역에 발생했던 단수 사태 당시 허 의원과 한 의원의 행보에서 큰 차이를 봤다는 말이 많다. 사태 당시 허 의원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춘천 소양정수장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후 지자체의 ‘노후 상수도 시설 개선’을 골자로 한 수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반면, 한 의원은 이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발언도 찾을 수 없었다. 단수 사태로 피해를 본 지역 중에는 한 의원 선거구인 신북읍, 동면, 신사우동 일부가 포함됐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인 7월 13일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태릉골프장 부지 주택 계획 백지화와 관련 "부동산 정치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고, 다음날인 14일에는 철원 수해복구 현장에 방문했다.

    춘천 강북 지역 주민들은 지난 3년간 '지역구 의원 공백'이나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춘천 우두동에는 한 의원 사무실이 있지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한 의원이 이곳을 방문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점 주인은 "한 의원 사무실에 상주하는 직원이 한 명은 있는 것 같긴 한데 의원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길에서 만난 주민은 "선거 때 유세하는 걸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당선 이후 지역에서 인사하러 다니는 모습은 못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강원도 신청사 이전 부지 선정 당시도 그렇다. 한 의원의 지역구인 우두동(옛 농업기술원)과 동면(노루목저수지) 주민들은 내심 3선인 한 의원의 지원사격을 기대했으나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데 실망했다는 말이 나온다. 강북 신청사 추진위원회의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어째 언론에 나와 한마디 안 해 줄까 하는 기대는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실 역시 춘천·철원·화천·양구 지역구 중 춘천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국비도 많이 따고 현안도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선거 때가 가까워지니 부랴부랴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 의원이)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절실함(반가움)을 표현하다 보니 3년 만에라고 말한 것이지 춘천이 지역구인데 춘천을 어떻게 소홀히 하겠느냐"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도청사 이전 부지 탈락에 대해 상실감을 가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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