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이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20대 ‘청년 백수’가 43만8000명에 달한다. 이를 두고 정부는 구직자와 고용시장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실제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리본은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내 청년들이 일자리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직무 역량을 익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최동혁 희망리본 이사장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 구직을 단념하고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되는 청년들이 자포자기 상태로 사회와 단절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청년들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만들고, 자신감을 얻으며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들 ‘일자리 찾기 어려워서’ 쉰다
이달 4일 춘천 퇴계동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리본 교육장. 청년도전지원사업 참가자 20여명이 진로 탐색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주 2회 정도 이곳에 나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명함꽂이를 만들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고, 취업 이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역량을 익힌다. 교육을 이수하면 최대 3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생계 걱정을 덜고 진로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리본은 저소득층의 자활·자립 및 취약계층의 고용 복지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기관이다. 한국형 실업 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퇴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 공헌 기회를 제공하는 신중년 사업 등 정책 실무를 맡아 현장에서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희망리본이 운영하는 지원사업 중 가장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은 ‘청년도전지원사업’이다. 고용노동부와 춘천시 사업으로, 최근 6개월간 취업‧교육‧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18~39세 청년을 지원한다. 경력단절여성, 생계형 아르바이트 청년, 폐업 및 매출 저조 자영업 청년, 졸업 유예 및 장기 휴학생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최 이사장은 “청년도전지원사업은 프로그램 참여자의 40%가량이 대졸자”라며 ”특별한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청년들에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건강 문제나 나이‧가사‧육아 등이 아닌 ‘그냥 쉰’ 20대 청년 백수는 올해 8월 기준 43만8000명으로, 지난해(38만4000명)보다 5만4000명(14.1%) 늘었다. 통계상으로는 단순히 쉬었다고 분류됐지만 이들이 일자리를 원치 않는 것은 아니다. 한창 사회 초년생으로 일을 배워야 할 20대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30.8%) 또는 ‘일자리가 없어서’(9.9%) 쉬고 있다.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를 위한 공공 인프라가 있음에도 ‘동굴’로 들어간 청년들은 이런 정보에서조차 차단돼있다. 최 이사장은 “사실 대상자를 모집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은데, 지원 사업 설명회를 열어도 정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공개적인 장소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파트마다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더 많은 사람이 프로그램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만들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자신감을 얻고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실무자인 이영은 대리는 “혼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이 집 밖으로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에 대한 많은 홍보와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며 “처음엔 상담사의 눈조차 마주치기 어려워하는 참가자들이 점점 밝아지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잠들어 있던 청년의 꿈이 모이는 곳
교육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도 입을 모아, 본격적인 구직활동 전 정기적인 교육을 통한 자존감 회복과 생활 습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비슷한 상황의 동료를 만나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상처도 치유할 수 있었다.
2년째 수도권 소재 대학 졸업을 미루고 있는 최유나(24) 씨도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앞서 유나 씨는 연이은 취업 실패를 겪으며 자존감이 무너졌고, 미래에 대해 걱정만 하며 정작 구직활동을 회피하는 상황을 겪었다. 그는 사업 참여를 계기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성취감이 자신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에 취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이미 늦었다’ 좌절하며, 주변 사람과 비교하기 바빴다”며 “프로그램을 계기로 마음을 다스리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까지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던 김민서(29) 바이민뷰티 원장은 어엿한 사업가로 거듭났다. 프로그램을 통해 합격률이 30%에 불과한 메이크업(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난해 10월 창업해, 1년 만에 사업을 확장하며 최근 애막골에 속눈썹연장술 전문 뷰티숍을 열었다. 꼼꼼한 솜씨와 사업 수완이 빛을 발하며 인근 지역에까지 속눈썹 연장술로 입소문이 났다.
민서 씨는 교육이 끝난 후에도 청년도전지원사업 우수사례 공모전에 도전해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서 씨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작은 것이라도 계속 시도해보라는 의미”라며 “스스로를 아끼고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갖다 보니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생겼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한 두번의 실패로 자신감에 바닥으로 떨어진 청년들이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통해 의지를 회복하고, 이후 실질적인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연계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강조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