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크아트 1세대 정춘일 조각가의 개인전 ‘얼굴’이 내달 10일까지 춘천 갤러리 느린시간에서 열린다. 2022년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었던 ‘삼·鐵·리 바람’에 이어 2년 만이다.
정크아트는 일반적으로 고철과 폐자재를 작업에 사용하는 장르를 이야기한다. 1세대 정크 아티스트로 주목받은 작가는 녹슨 쇳덩이를 자신의 분신이라 여기며 작업해 왔다. 최근에는 자신을 수식하는 정크아트라는 단어를 넘어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작품세계로 뛰어들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산업 폐기물과 스테인리스는 조각가들이 전통적으로 다루는 돌이나 청동과 같은 자연의 재료들보다 현시대의 삶과 더 밀착한 오브제로 해석된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거나 부품으로 사용됐을 폐기물은 새로운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소품으로 조금씩 작업하던 얼굴 작업의 의미를 확장해 선보이는 자리다. 20여 점의 작품은 '얼굴'이 상징하는 것과 얼굴과 얼굴이 대면하는 관계성에 주목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실제 얼굴 뒤에 가려진 내면의 감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섬세하게 더한다.
갤러리 외부 공간에는 대형 작품 ‘생각하는 사람’이 전시된다. 정 작가가 2019년부터 시도한 대형 작품 프로젝트 시리즈 중 하나다. 높이 3m 20㎝ 규모로 역대 두 번째로 크다.
각각의 얼굴 작품마다 미묘한 감정을 담아냈지만 해석은 관람객 몫으로 돌린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내면과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정춘일 작가는 “얼굴의 말뜻이 ‘얼의 꼴’에서 유래했듯이 마스크, 가면의 형태로 보이는 얼굴 작품을 마주하며 대면이라는 화두에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