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주민자치 전담 조직인 시주민자치지원센터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춘천시장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춘천시의회는 29일 제337회 춘천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재단법인 춘천시 주민자치지원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 폐지조례안’을 찬성 13표, 반대 10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13명이 전원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9명)과 정의당(1명) 소속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주민자치지원센터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자치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시 출연기관으로 2020년 문을 열었다. 올해 자치 지원센터에 지원되는 시의 출연금은 13억4700만원이고, 내년 예산은 18억9000만원 규모로 상정됐다. 이번 폐지 조례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출연금 편성 근거가 사라져 센터는 내년 1월 사실상 문을 닫게 된다. 자치센터 직원들은 26명이다.
마지막 변수는 춘천시장의 재의 요구권이다. 육동한 시장이 폐지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면 시의회는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결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재 의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하게 된다. 재 의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재의 요구권 행사 기한은 의결 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이다.
시민단체들은 시장의 재의 요구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춘천시 주민자치지원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 폐지 반대 시민모임은 이날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자치지원센터의 운명은 춘천시장의 손에 달렸다”며 “폐지 조례안 가결은 민주주의 과정에 부합하지 않기에 시장 권한인 재의 요구권 행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또 “센터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고 올바른 주민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폐지 조례안 발의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을 진행하고 조례안 가결 의원에 대해서는 다음 지방선거 때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시주민자치지원센터도 입장문을 내고 폐지 의결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센터는 “지방차지의 날인 10월 29일 폐지 조례가 의결된 것은 전국적으로 춘천시 주민자치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주민자치의 퇴보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조례 폐지에 따른 센터 임직원의 고용 문제와 주민자치회 지원 공백에 대한 시의회의 책임 있는 대안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의회는 단 한 차례도 집행부와 센터에 보완을 위한 의견 전달 한 적도 없이 무조건적인 폐지를 강행했다”며 “구체적 근거 없는 폐지 사유는 센터와 직원에 대한 부당한 폄하로 간주될 수 있고, 입법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주민자치회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행정절차와 행정심판, 주민자치회 서명운동 등의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제337회 춘천시의회 임시회는 이날 제2차 본회의를 끝으로 1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