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인은 있어도 복장군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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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부인은 있어도 복장군은 없더라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 입력 2024.10.28 00:00
    • 수정 2024.11.08 13:29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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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부동산 문제로 상담센터를 찾아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자녀의 내 집 마련 걱정도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다. 대전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부동산 계약하러 오는 사람의 80%는 여성이다. 남편이 가끔 동행하지만 참관인 정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요즘 40대 이상 남성 직장인 사이에서 “집사람 말을 들을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인가.  ‘복부인은 있어도 복장군은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남편들이 부동산 재테크에는 형편없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여성이 재테크에 미다스의 손은 아니다. 여성들도 과열기에 상투를 잡거나 충동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해서 낭패를 겪는 사례도 주변에 많다. 여성의 재테크 능력을 무조건 ‘찬양’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확률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여성들이 성공할 확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남편은 집 문제에 제발 나대지 마라. 집 문제는 집사람에게 맡겨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나도는 것이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의 핵심은 와이프의 말을 잘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정곡을 찌르는 말 같기도 하다. ‘부동산 투자를 잘하려면 경제학 교실이 아닌 미용실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리라.

    우리나라 여성들의 부동산 성공 스토리는 왜 자주 나도는 것일까. 다음의 2가지를 설명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여성들의 직관적 사고와 필요에 따른 판단’이다.

    아내들이 과연 남편보다 부동산을 더 많이 파고들어서라거나, 거시경제나 금융시장 동향을 잘 알아서 그런 얘기를 들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남자들이 분석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이성적으로 요모조모를 잘 따진다. 남자들은 자신이 냉철한 소크라테스라고 착각한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고 했던가. 남자들은 지엽적인 문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수시로 요동치는 시장의 대응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일수록 당위에 집착하면서 시장 흐름과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장이 계속 달아오르면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낸다. 어느 순간 ‘자아 고갈’이 나타나고 충동적으로 매수에 동참한다. 요컨대 남자들은 생각을 이성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막상 ‘욱’하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일쑤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분석적이라기보다 직관적이다. 직관은 부분에 대한 분석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다. 집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결정적인 순간에 직관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또 하나는, ‘투자 타이밍’을 재기보다 ‘필요’로 판단하면 의사결정이 쉽다는 점이다. 사실 20년 이상 부동산 시장을 연구한 전문가도 집값이 내릴지 오를지 장담 못 한다. 아무리 박식하다고 해도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에는 누구나 갈등을 겪는다. ‘혹시 내 판단이 틀리진 않을까, 어렵게 산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까, 이런 안갯속 상황에선 어떻게 하는 게 지혜로울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주역에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곧 통한다는 뜻으로 절실하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전세살이가 힘들어서 내 집을 장만하고, 집이 너무 작아서 큰 집으로 옮긴다면 결정이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의 재테크 능력은 바로 ‘필요의 힘’과 앞에서 설명한 ‘직관’이 합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단은 가끔 사고를 부른다. 필요에 따라 남편은 분석, 아내는 결단과 행동으로 역할을 나눠보는 것도 괜찮다. 한 지인은 경매 투자에서 이런 역할 분담을 통해 제법 큰 돈을 벌었다. 최종의사 결정에서는 서로 중지를 모으는 것은 필수다. 그래야 실수를 최소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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