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중학생 수학 실력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춘천, 원주, 강릉 등 3개 주요 도시 중3 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수학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을 받은 E등급으로 집계됐다. E등급을 받은 학생은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로 불린다. 춘천이 46.1%로 가장 높고 원주(43.9%)가 뒤를 이었고, 강릉(41.3%)이 가장 낮았다. 전국 초·중·고 성적을 관리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교알리미’자료를 분석한 결과니 공신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역 간, 학교 간 성적 차이도 커 학력 격차 불균형 심화도 확인됐다. 특히 학생들의 성적분포가 중위권이 두툼하고 상, 하위권이 적은 정상 분포곡선이 아니라 소수의 상위권에 중위권은 사라지고 대다수가 하위권에 몰려 있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 우려스럽다. 팬데믹 시절 대면 수업 대신 온라인으로 대체해온 초등 5·6학년생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빚어진 일이라니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른 시기에 수학을 포기하는 건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 수학이 대학입시에서 비중이 높은 현실에 비춰볼 때 강원도 학생들은 본격적인 대입 준비도 하기 전에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다. 선행교육, 조기교육으로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동일 선상의 스타트라인에 서야 하는데 지연출발이라니 안타깝다.
수학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추론해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학과목이다. 미성숙 시기에는 영양분을 고루 섭취하는 게 좋은데 수포자가 되면 이러한 능력을 배양하지 못해 성인 이후의 긴 삶을 살아가는 데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수학적 사고로 무장한 인공지능과 빅테이터 등 시대 흐름에 잘 적응하지 못해 사회적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수학을 포기하는 현상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처방책도 제시됐다. 학생 수준에 맞는 단계별 또는 맞춤형 학습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개념에 따라 반복해서 문제를 풀어보아야 한다고 권한다. 연수 등을 통해 교사들의 교육역량을 제고하고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등도 빠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 관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에는 고교생이 돼 수포자가 크게 늘었는데 최근 들어 중학교부터 포기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는 교육계 관계자의 말은 중학 수학의 위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준다.
수학의 원리가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줘 수학에 대한 호기심, 재미를 불러일으켜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상 속 예시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책, 유튜브 등이 나오는 것도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는 사회적 요구와 무관치 않다.
부모님의 관심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