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섬에 따라 재테크 전략도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은행권 투자전문가들은 단기 예금을 활용해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한편, 지금의 높은 금리를 오래 받을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대출금리와 관련해서는 인하 기대가 큰 상황이나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가계대출 관리 등 영향으로 하락 폭을 점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기 채권을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꼽으면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거나, 내년 말까지의 장기적 시계로 장기 채권에 투자하기를 권했다.
◇ "시장 변동성 확대…단기 예금으로 유동성 확보·장기 고정금리 활용"
1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45% 수준이다.
은행권이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이미 예금 금리를 낮춘 탓에 기준금리(3.25%)와 큰 차이가 없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면 예금 금리도 내년까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희 신한 프리미어 PWM강남센터 PB팀장은 "정기예금 금리는 3년 국채금리 데이터를 참고해보면 예측이 가능하다"며 "현재 3년 국채금리는 2%대 후반으로, 현재 시장금리는 0.25%포인트(p)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채와 국채금리 같은 시장금리도 함께 낮아질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0.5%p 인하되면 시장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정 KB국민은행 the FIRST압구정센터 프라이빗 뱅커(PB)는 "기준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예금 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예금 전략과 관해서는, 글로벌 피벗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단기예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김 PB는 "이자율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중장기 예금보다 단기 예금에 자금을 예치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좋다"며 "향후 금리 변동에 따라 자유롭게 예금을 해지하거나 재투자할 수 있도록 자유 입출금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은 NH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금리 인하뿐 아니라 경기 침체 가능성 경계 차원에서 유동성 확대 외 시장 변동성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며 "더욱이 다음 달 앞둔 미 대선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정적이고 유동적인 자산으로의 투자를 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황에 적합한 상품으로 정기예금을 비롯한 시장 단기금융상품을 추천한다"며 "단기금융상품은 경기 변동성을 방어하면서 유동성까지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로 높은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강 PB팀장은 "장기 정기예금 상품이나 믿을 만한 회사의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에 투자하면 향후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높은 금리를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며 "고정금리 방카 상품을 이용한다면 비과세 또는 과세 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출금리는 당국 등 변수 많아 인하 폭 제한적…원리금 줄일 전략 찾아라"
은행권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하락하겠지만, 대출금리는 하락 폭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대출금리에는 시장금리 외에도 은행, 제도별로 가산금리가 차별화돼있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 등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대출금리는 지금 은행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금리 전망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WM전문위원도 "대출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대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환경만 조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더욱이 금리 인하로 대출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해 각종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역시 "향후 추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폭을 밑도는 하락 경로를 보일 것"이라며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금리와 연동하며 하락 흐름을 보이겠으나 인하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따라 내려간다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전반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강 PB팀장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경우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선택하면 금리가 내려갈 때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향후 금리 반등 리스크를 고려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출 리파이낸싱을 통해 현재 고정금리 대출을 받고 있다면 금리 인하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하거나 더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재대출)을 고려하라"고 권했다.
김 PB도 대출 전략으로 '금리 하락의 수혜를 극대화'를 제시하며, 변동금리 대출을 가지고 있다면 월 상환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대출 조건을 유지하면서 추가적 상환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정금리 대출자라면 금리 인하 후 더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검토하거나 기존 대출 조건을 변경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여유 자금으로 대출 상환을 서두르기보다, 낮아진 금리의 혜택을 누리면서 이 자금을 다른 투자 기회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 "금리 인하기엔 채권…긴 시계로 장기채권 투자 유망"
은행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 눈여겨봐야 할 투자자산으로 채권을 꼽았다.
고정아 하나은행 잠실새내역금융센터지점 VIP PB팀장은 "일부 자금은 주식 하락 시즌에 저점 매수할 수 있도록 초단기 채권펀드(수익률 3.5%∼4.2%)로 자산의 40%가량 예치하고, 60%는 채권 가격 상승률에 동참할 수 있도록 채권투자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개인이 직접 국채에 투자하기는 아직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라고 추천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도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과 채권 모두에 있어 자산 가격 상승 요인이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보통 경기 둔화기에 진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업 성장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주식보다는 채권이 더 매력적이다"라고 진단했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중에서도 금리 변동 폭에 의한 가격 차익을 크게 누릴 수 있는 장기 채권 투자가 유망하다면서도, 적어도 내년 말까지의 긴 투자 시계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채권시장은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기 전부터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었다"며 "연말까지 단기적 투자 시계 아래서 국내 장기 채권을 매수한다면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도 연속 인하를 단행해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급격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종 종착지는 내년 말∼내후년 상반기 2.5% 내외로 예상한다"며 "장기물 금리는 통상 기준금리 대비 0.50%p∼1.00%p 정도 더 높은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에 추격매수는 가급적 지양하고 채권금리 상승 변동성을 이용해 분할매수 하는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