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경제 살려 달라’는 추석 민심, 정치권은 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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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지역경제 살려 달라’는 추석 민심, 정치권은 듣고 있나

    • 입력 2024.09.11 00:01
    • 수정 2024.09.13 02:39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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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추석을 맞는 우리네 풍습은 세월 따라 변해왔지만, 한가위 보름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중추지월(中秋之月)의 한 가운데 날, 가장 좋은 달빛이 세상을 비추는 날이 한가위이고 보름이다. 만고불변의 속담이 전해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 보름달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 황금 들녘에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면 곳간에는 넉넉한 인심이 켜켜이 쌓여 간다. 휘영청 달빛 아래 가족과 이웃이 한 데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고 각자 소원을 빈다. 한 해의 고단함을 보름달 아래에서 위로받고, 보름달을 쳐다보며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란 희망과 기대를 품는다. 우리가 바라는 한가위 풍경이고, 명절의 전통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르다. 추석 때만 되면 단골로 나오던 ‘민족 대이동’ 같은 말은 좀처럼 듣기 어렵다. 추석에도 사람들은 고향 갈 여유가 없고, 명절 대목에도 지갑 여는 사람이 적어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

    활기 잃은 시장에는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며 영업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다. 작업장 근로자들은 생계와 직결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원지역 체불임금은 지난해보다 34.6% 증가했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그래프를 보인다. 한가위라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로 근심 걱정이 태산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이처럼 많다.

    강원자치도의 경제력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 지역민 1인당 개인소득은 2303만원(2022년)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경북, 경남, 제주에 이어 네 번째로 낮다. 개인소득이란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 즉 가계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니 강원도민의 구매력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뜻이다.

    사람도 점점 줄고 있다. 올 6월 기준 강원도 인구는 152만 명으로 지난 1년 사이 1만 명이 줄었다.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춘천 포함 17개 시·도에서 월평균 840명이 강원도를 빠져나간 결과라고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는 전한다. 인구가 줄면 소비와 수요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경제 교육 의료 일자리 문제까지 이어지고, 무엇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연쇄적 먹구름을 형성한다. 산 좋고 물 좋고 인심도 좋아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들던 강원도가 어느덧 지역 소멸의 길로 가고 있다.

    추석이 되면 정치인들은 전통 시장을 찾아 어묵 먹는 사진을 찍고는 “민생” 운운하길 좋아한다. 그런 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진정 민생을 위한다면 민심의 바닥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그러면 금세 깨달을 수 있다. 강원도 추석 민심은 여야 모두 ‘정쟁 그만하고 지역경제 살리는데 함께 나서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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