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캔 하나는 재활용하지만, 건축 현장에서 나오는 막대한 폐자재는 그냥 버려지는 게 현실이거든요. 이를 선순환하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집념으로 시작했죠.”
지난 9월 춘천 만천리에 문을 연 ‘공감건축협동조합’ 매장에는 현장에서 쓰고 남은 건축 자재들로 가득했다. 공감건축은 멀쩡하지만, 버려지는 건축 폐자재를 모아 기증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폐자재 잡화점’이다. 20년 넘게 건축업에 몸담은 윤건웅 대표를 비롯해 축사, 인테리어 종사자 등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느낀 폐기·소각 문제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새(NEW) 활용장’이기도 하다.
공감건축은 건축 현장에서 쓰레기로 분류되는 폐자재와 폐제품을 선별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나아가 남은 자재들을 직접 가공하거나 시공해 자원을 선순환하는 새로운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중이다.
“춘천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이상적인 건축 환경을 이끄는 사회적 공익 기업 만들겠다”고 다짐한 윤건웅 공감건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공감건축협동조합을 소개해주세요.
공감건축은 건축 현장에서 버려지는 자재들을 순환 기증·판매하는 협동조합입니다. 현재 25개 건축업체와 협약을 맺고 건설 현장에서 폐자재와 폐목재를 받아와 기증하거나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 폐자재 잡화점이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쓰다 남은 자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건축 현장에서는 대부분 자재가 남을 수밖에 없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자원들이 어마어마합니다. 문 여는 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입니다.
Q. 협동조합을 어떻게 처음 설립하게 됐나요.
현장에서 자재들을 무분별하게 폐기·소각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어요. 생활 쓰레기는 당연히 재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건축 현장에서 나온 것들은 마땅한 방법 없는 만큼 그렇지 않거든요. 쓰레기로만 생각했던 소중한 자원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왔어요.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은 소각 쓰레기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춘천시 탄소 배출량은 할당량을 넘었어요. 환경부에서 정해준 배출량은 연간 11만t인데 13만t이 배출되면서 다른 지자체에서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왔죠. 지역에서 나오는 건축 쓰레기 폐기·소각량도 어마어마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에요.
Q. 어떤 자재들을 재활용해 판매하나요.
협력 업체로부터 선별을 거쳐 들어온 합판, 석고보드, 몰딩, 인테리어필름 등 다양한 건축 자재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어요. 자재를 비축해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업체나 시민들이 사갈 수 있도록 한 거죠. 가격은 시중가 30%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석고보드는 1장에 4000원 정도지만, 12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건축업체들은 폐자재를 돈 들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고 공감건축은 재활용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니 서로 이득인 셈이죠.
들어오는 자재들은 모두 입·출고 내역을 기록하고 있어요. 지난 9월부터 약 2개월 만에 903개, 5019㎏의 자재를 모았어요. 이 중 611개, 1849㎏이 판매됐고요.
통상적으로 건축 쓰레기는 1㎏당 폐기 비용이 800원 정도 들어가요. 만약 지금까지 모은 자재들을 폐기했다면 400만원가량이 낭비됐겠죠. 오히려 수익을 내는 데다 판매하는 재활용 가치까지 더하면 몇 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거죠.
Q. 자재 수거·판매를 넘어 가공·생산까지 하신다고요.
받아온 자재들을 활용해 공공 건축 리모델링 현장 등에서 업사이클링 시공을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조양동 인근에 폐목재를 이용해 재활용 분리배출장을 만들었죠. 외부용 목재데크, 나사, 못 등 현장에서 남은 자재들이 마을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새롭게 탄생한거죠.
또 폐목재 등을 활용해 냄비 받침 등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공품들도 만들어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Q. 춘천시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코너도 있던데요.
적은 양이지만, 춘천시민들에게 일부 자재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문고리나 수도꼭지, 휴지 걸이, 페인트, 전구 등 양은 많지 않아도 활용도가 높은 자재들을 모아놨어요. 원룸을 운영하거나 집에 간단한 부품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호응이 좋아요.
페인트도 조금만 필요한데, 한 통을 다 구매하기에 애매한 경우가 있잖아요. 웬만해서 색깔별로 마련해놓고 필요한 만큼 드리고 있어요.
Q. 취약계층 집수리 등 재능기부도 하신다고요.
지역에서 건축 일로 성장한 만큼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최근에는 효자동에서 혼자 거주하는 어르신 집이 일부 무너져 쥐가 들어오는 상황이라 벽을 전면 보수해드렸어요. 또 신동면의 한 집은 조립식 건물이라 외풍이 많이 들어오길래 보온 벽지를 설치해 드리고 왔죠.
건축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주말이라도 싫은 내색 없이 힘을 합치고 있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집수리를 해주고, 만족해하는 분들을 보면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에요.
Q.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으세요.
자재들을 팔아서 이익을 내고자 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판매 수익보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이 더 커서 적자인걸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꿈꾸며, 건축자원 순환경제를 실현하는 사회적 공익 기업을 지향하고 있어요. 무분별한 폐기물이 소각·매립되는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지역의 환경·사회 문제까지 개선하고 싶어요.
해외에서는 목적이 퇴색하거나 필요 없게 된 건축물을 허물어내지 않고 버려진 건축자재로 새로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은 사례가 많아요. 지역사회에서 고민하던 문제점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건축 업사이클링 신사업을 이끄는 게 목표입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