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우려’ 옛 강촌역⋯아직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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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 우려’ 옛 강촌역⋯아직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상. 본지 보도 3개월, 여전히 방치된 ‘MT의 성지’
    철도공단, 강촌레일파크, 춘천시 책임 회피
    폐선부지 점용시 관리에 대한 법령 없다는 이유
    안전점검 날짜도 못잡아⋯이번엔 비용 문제

    • 입력 2023.11.09 00:02
    • 수정 2023.11.14 07:59
    • 기자명 이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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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의 성지’ 강촌의 관문이었던 옛 강촌역이 10년 넘게 방치돼 붕괴 우려까지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3개월이 지났다. 국정감사에서 안전 조치 요구까지 나왔으나, 아직도 과거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논의는커녕 최소한의 안전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누구의 책임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옛 강촌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정말로 누구의 책임도 없는 것인지를 2편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3일 오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자동차로 46번 국도로부터 강촌교를 건너니 강촌리 관광지 입구 방면으로 콘크리트 축대 위에 지은 2층짜리 건물이 보였다. 1961년부터 50년 동안 ‘강촌역’으로 불렸던 건물로, 2010년 경춘선 신설로 현재는 기차가 지나지 않는 곳이다. 옛 강촌역사와 이어지는 피암터널 아래를 지나는 도로에 자동차가 간혹 지나다녔다. 건물과 이를 받치는 하부구조물, 피암터널 곳곳에 콘크리트가 갈라지고 철근이 드러나 위태롭게 느껴졌다.

    춘천시민의 오랜 추억이 깃든 옛 강촌역사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은 상태에서 안전 점검조차 받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있다. 옛 강촌역사의 구조 위험과 붕괴 가능성을 지적한 본지 보도<(단독) 기둥 어긋난 옛 강촌역 ‘붕괴 우려’> 이후로도 시설물을 소유한 국가철도공단과 현재 이곳을 점용하고 있는 강촌레일파크, 그리고 춘천시 모두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발뺌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며 국가철도공단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로도 책임 회피는 계속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태로운 옛 강촌역···피해받는 강촌 주민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한 옛 강촌역은 서울과 춘천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아왔다. 북한강 전망으로 경관이 빼어나 MT 성지로도 알려져 많은 이들이 옛 강촌역을 찾았지만 경춘선 신설 이후부터 방치되기 시작했다. 2013년 옛 경춘선 일부 구간에 레일바이크 사업이 들어서면서 잠시 활기를 되찾았으나 시설물은 여전히 관리되지 않는다. 강촌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아직도 옛 추억을 따라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지나치게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옛 강촌역사는 분위기만 낡은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붕괴 직전’이라고 할 만큼 위태로운 모습이다. 옛 강촌역사 상층부를 떠받치는 기둥이 틀어져 중심과 어긋나 있고 심한 경우 기둥과 상부 접촉면이 이탈된 흔적까지 육안으로 확인된다. 또 기둥과 기둥을 잇는 콘크리트 구조물 대다수와 천장면에서 철근이 드러났고 콘크리트벽 곳곳에 균열이 있다. 홍성욱 한림성심대학교 건설도시과 교수는 “콘크리트 피복 두께가 부족하고 철근이 노출되며 부식돼 구조물 성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옛 강촌역 하부구조물의 기둥이 어긋나있고 곳곳에 철근이 노출되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옛 강촌역 하부구조물의 기둥이 어긋나있고 곳곳에 철근이 노출되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본지 보도로 옛 강촌역의 상태가 알려졌지만, 이후에도 철거 계획도, 보수 계획도 전혀 없는 상태다. 일반인들의 안전을 위해 주차 제한 정도가 전부다. 아직 정밀안전진단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구조물이 무너진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소유주도, 사용주체도, 지자체도 나서지 않는다.

    이는 옛 강촌역과 그 일대가 ‘점용 중인 철도 유휴부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적인 건물 혹은 시설이라면 소유자와 점용자(세입자 등)가 서로 다를 때 소유자와 점용자 중 어느 쪽이 관리 보수 책임을 지는지가 법이나 관련 규정으로 결정돼 있다. 지자체가 이를 근거로 안전점검에 나서 수리나 폐쇄,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옛 강촌역을 포함한 옛 경춘선은 폐선 처리된 ‘철도 유휴부지’이며, 이 같은 부지는 소유자와 점용자가 다를 때 관리 책임을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 옛 강촌역 철도 시설의 경우 소유자는 국가철도공단이다. 국가철도공단의 출자회사인 강촌레일파크가 레일바이크 사업을 위해 2013년부터 점용하고 있다. 

    결국 법적으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국가철도공단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옛 강촌역 등 현 폐선부지의 점용 상태 중 관리 및 유지에 대한 법령이 없다”고 했다. 강촌레일파크 역시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상황으로 문제가 되는 구조물을 쉽게 보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춘천시는 “강촌레일바이크와 마찬가지로 옛 강촌역 등 철도 시설은 국가기반시설로 소유권이 없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제3종 시설물’에도 해당되지 않아 먼저 안전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0년 경춘선이 신설되면서 옛 강촌역은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2010년 경춘선이 신설되면서 옛 강촌역은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안전진단 한다더니⋯여전한 ‘책임 떠넘기기’

    주민들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회에서도 옛 강촌역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17일 열린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허영 민주당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은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에게 본지가 보도한 옛 강촌역 사진을 보여주며 정밀안전진단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당시 김 이사장은 “안전대책과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이틀 후인 19일, 관련 기관인 국가철도공단과 현재 공단의 출자회사이자 시설을 점용하고 있는 강촌레일파크, 춘천시가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안전진단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번에는 정밀안전진단과 이후 시설물 보수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철도안전공단, 강촌레일파크, 춘천시 모두 ‘내 책임이 아닌데 내 돈을 들여 후속조치를 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국가철도공단은 “강촌레일파크와 춘천시가 향후 옛 강촌역 사용 의사가 없다면 문제가 되는 부분의 출입을 제한하고 상태가 위험한 경우 해당 시설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현재 시청 각 부서에 옛 강촌역 이용에 대한 수요를 조사하고 있으며, 강촌레일파크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향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철도공단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옛 강촌역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나 정확한 일정을 기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략적인 일정이라도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국회 국토위에서 활동하는 허영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폐선부지의 소유권자인 국가철도공단의 책임을 분명히 하되, 점용허가권자와의 계약 전 관리 책임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고 점용권자가 계약에 명시된 유지보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사용 권한을 즉각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면서 "지자체도 낡고 위험한 폐선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편 예고 : MS투데이는 옛 강촌역 기반 시설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철도공단의 수익사업 실태와 자회사가 아닌 출자회사 형태로 수익사업 중 안전책임 소재에 대해 따져볼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cam2@mstoday.co.kr)

    [이정욱 기자 cam2@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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