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가구 600만 시대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가 펫테크다. 펫테크는 반려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 IoT,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동물 관련 서비스나 제품에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춘천시 더존 비즈센터에 자리한 리틀캣(The Littlecat)은 펫테크 시장에서 눈에 띄는 기술력으로 주목 받는 춘천의 대표적인 로컬 IoT 스타트업이다.
리틀캣이 오는 9월 출시를 앞둔 인펫(InPet)은 ‘인바디’처럼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체성분을 자동으로 측정해 질병과 검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엔 글로벌 펫 기업 네슬레와 협업해 사료와 연동하는 서비스도 개발했다. 연령, 몸무게, 몸 상태 따라 사료 양을 조절하거나 기능성 사료를 공급하는 기술이다. 김대용 리틀캣 대표를 만나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반려동물 체성분 측정이란 개념이 조금 낯선데요.
동물이 아픈 게 티가 날 정도가 돼서 병원에 가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온갖 검사를 받아야 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생기죠. 강아지는 마늘이나 포도를 먹으면 간경화에 걸리는데 치료 시기를 놓쳐서 안락사하기도 해요. 문제는 서서히 나빠지니까 주인이 잘 모른다는 거예요. 초기에 모니터링만 잘하면 극도로 나빠지기 전에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체성분 측정기를 만들었습니다.
고양이가 사료를 먹으러 체성분 측정기에 올라서면 기기가 체내 수분, 단백질, 근육량, 골밀도, 지방 등을 측정합니다. 체형 정보를 포함해 질병과 검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동물과 언어적인 소통은 안 되더라도 응급 상황을 미리 알아차리고 심각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거죠.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CT와 비교했는데 정확도는 90% 이상입니다.
Q. 수집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나요.
디바이스 위에서 밥을 먹는 동안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주는 사료가 적합한지 사료를 선택할 때 활용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근육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리포트를 가지고 사료를 추천하는 방식인 거죠.
현재 네슬레와 PoC(Proof of Concept, 아이디어 실증)를 진행 중입니다. 네슬레로부터 판매 중인 사료 986개에 대한 DB를 받았습니다.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유기질, 첨가제 등등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레시피인 거죠.
Q. 다른 IoT 기반 디바이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요.
비접촉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점입니다. 고양이는 털로 외부 기압 변화를 인지해 상황을 파악합니다. 당연히 털이 아주 예민해요. 동물의 목에 무언가를 씌우거나 몸에 장치를 달아서 측정하는 건 학대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로데이터(Raw Data: 가공되지 않은 측정자료)를 수집하고 그걸로 AI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만의 데이터가 아니라면 AI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챗GPT와 경쟁해야 하니까요. 생체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헬스케어 컨설팅과 비대면 원격진료까지 제공하려는 로드맵입니다.
Q. 해외 판매에 집중하신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국내서도 판매해 봤는데 마케팅, 홍보, CS까지 적은 인력으론 감당이 어렵고 특히 CS 부분에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해외 바이어를 상대로 판매하는 일이 한 번에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어서 수월합니다. 또 아무래도 국내에선 넘어야 할 허들이 많습니다. 비대면 진료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동물도 어려운 거죠.
Q. 춘천과 서울에 사무실이 있는데, 춘천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기업 경영하는 데 있어서 제가 생각하는 춘천의 장점은 ‘텃세’가 없다는 거예요.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회사를 운영해봤는데 의외로 지역성이 강한 곳이 많습니다. 초기에 한 번 도와주시고는 나몰라라 하시더라고요(웃음). 지금은 투자해 준 기업을 비롯해 춘천시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지역 기업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전에는 누구나 아는 국민가요도 있고 흔히 말하는 ‘메가트렌드’라는 게 있었어요. 지금은 욕구나 취향이 파편화됐어요. 해외에서는 그게 더 심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로컬 커뮤니티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굳이 대도시에서 방법을 찾거나 모방할 필요가 없어요. 지역에서 바로 글로벌로 나가면 되잖아요. 춘천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가면 되는데 서울에 들렀다 갈 필요가 없죠. 아마존, 네슬레에서 저희에게 직접 연락을 해 오는 것처럼요. 이런 케이스가 조금씩 늘면 그게 탈 중앙화라고 생각합니다.
강원도청이나 춘천시청 분들을 만나면 이런 제안을 드려요. “강원도에서 강남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강원도에서 글로벌로 나가는 게 맞습니다”라고요. 청년들이 놀 거리 볼 거리 많은 강남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가고 싶은데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강남이라는 문화 말고 더 넓은 문화를 느끼게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Q. 앞으로 계획은요.
내년에 제조 공장을 춘천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강원대학교 창업센터 입주도 예정 돼 있고요. 학생들에게 공간을 오픈하고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 모델 개발을 함께할 인재도 채용하고 싶습니다.
[박지연 기자 yeon7201@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