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업추비】 시리즈 목차
① 내부 직원끼리 82% 사용⋯법카 아닌 '밥카'로 전락
② 이태원 애도기간에 양꼬치집서 빅데이터 협의?
③ "내부직원 챙겨줘 감사하죠"⋯황당한 변명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 남용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에 단골소재로 등장하거나,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부적절한 사용으로 비판의 대상에 오른다.
감사원은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대통령 소속 6개 위원회가 공식적인 업무추진과 무관한 단순 직원격려, 포상 등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거나 원칙적으로 사용이 제한된 주류판매 업소에서 사용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업무추진비가 매번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사용자들의 안이한 의식과 모호한 규정 탓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기재부의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지침에는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연회비, 기타 제경비 및 업무협의, 간담회 등 각 기관의 기본적인 운영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 등'으로 사용 범위가 포괄적이다.
기재부는 '업무추진비 사용 관행을 개선하고 투명한 사용을 위해' 각 기관에 세부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했지만, 별도 지침이 없는 곳도, 기재부의 지침을 준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살펴본 기관들은 세금에서 나오는 비용을 신중하게 써야한다는 인식보단 ‘규정만 어기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A 공공기관은 “밥 먹으면서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B 기관은 “주말이나 휴가기간 사용은 제한되지만, 그 외에 내부 직원이랑 먹든, 회식을 하든 규정 안에서 다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심지어 C 기관은 ‘내부 사용이 과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희 기관장은 내부 직원들을 잘 챙겨줘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할까요. 내부 사용 비율이 높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업무추진비 개념에 대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의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상 현안 업무와 관련 직원 간담회 등에 사용하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증빙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가 살펴본 5개 기관 중 유일하게 내부 직원 간 사용이 단 1원도 없는 강원랜드는 아예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으로 ‘직원 회식 및 단합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음’이라고 못박았다.
이동주 강원랜드 경영기획팀 대리는 “내부 직원 회식비나 밥값 등 직원 간 사용은 금지하도록 지침으로 정했다”며 “과거 국정감사에서 내부 사용과 관련한 타 기관의 부적절한 사례를 보고, 자체적으로 만든 내용”이라고 말했다.
‘업무추진비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낳게 만든 느슨한 규정도 문제다. 사용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사후 정산 방법, 공개 범위조차 기관마다 제각각이다보니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도 불투명하다. 기재부 지침에 따라 집행목적과 일자, 장소, 집행대상 등을 기재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이다.
도내 5개 공공기관이 5년간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건보공단 5억7430만원, 심평원 3억5458만원, 관광공사 2억4922만원, 교통공단 3억5328만원이다. 내부 사용 비율이 가장 낮은 강원랜드는 6513만원이다. 이들 5개 기관이 쓴 전체 금액은 15억9651만원이다. 관행적으로 지출하는 업무추진비만 아낀다면, 연간 5~6명(신입 평균 연봉 3700만원 기준) 정도는 더 뽑을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원 구조조정 여파로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인원은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무추진비 예산을 10%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업무추진비 사용 지침을 촘촘하게 마련하고, 기관 직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업무추진비 예산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아니라 제대로 쓰냐 안 쓰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지자체는 많이 개선됐는데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장동엽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은 “추후 결산하거나 감사를 할 때 제대로 쓰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모호한 사용 기준이나 지침의 재량범위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권·이종혁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돈없이 어떻게해 밥두안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