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에 취해 볼까⋯춘천의 야생화와 꿀벌이 만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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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함에 취해 볼까⋯춘천의 야생화와 꿀벌이 만든 술

    춘천 야생화 꿀과 소양강 물로 빚은 술
    청년 농부가 직접 양봉한 꿀로 만들어
    “꿀벌을 지키는 게 곧 우리를 지키는 것”
    환경 보호 목적의 퇴치제·포장지 사용도

    • 입력 2022.12.25 00:01
    • 수정 2023.09.07 11:2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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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자라는 다양한 야생화로 만든 꿀은 더 깊은 맛을 냅니다.“

    ‘미더리봉자’는 춘천 야생화에서 얻은 벌꿀을 이용해 미드(mead)라고도 불리는 벌꿀술을 만드는 기업이다. 권수연(36) 대표와 남편 송창훈(36)씨가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후 인터넷 판매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인기 상승 중이다. 권 대표는 “벌꿀로 만든 술은 꿀 향을 확 풍기면서도 크게 달지 않다"며 "부담 없이 술을 즐기려는 사람이나 증류주나 발효주 등 새로운 술을 찾는 이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던 2018년 춘천 시정 소식지 ‘봄내’에서 도시 양봉 사업에 관한 내용을 접했고 이후 꿀벌을 양봉하는 청년 농부의 삶이 시작됐다. 벌통 2군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제 50군을 관리할 정도로 커졌다. 미더리봉자라는 상호는 미드를 만드는 양조장이란 뜻의 ‘미더리’와 벌 키우는 사람이란 의미의 ‘봉자’를 합쳐 만들었다.  

     

    춘천 소양동 '미더리봉자'. 미더리봉자에선 춘천 야생화 꿀과 소양강 물로 술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미더리봉자 제공)
    춘천 소양동 '미더리봉자'. 미더리봉자에선 춘천 야생화 꿀과 소양강 물로 술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미더리봉자 제공)

    벌꿀술 미드는 벌꿀주나 봉밀주라고도 부르며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지만 기원전 북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진 역사 깊은 술이다. 북유럽 신화나 그리스로마 신화에도 농경 시작으로 포도주가 발명되기 전 신들이 즐겨 마시던 술로 등장한다. ‘허니문’의 어원이 되는 술이기도 하다. 북유럽에선 신혼부부를 한 달 동안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때 방에 넣어주는 술이 바로 미드다.

    미드는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재료로 사용되는 꿀의 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미더리봉자의 대표 벌꿀술인 ‘비왈츠’는 야생화 꿀을 소양강 물로 희석한 후 효모를 섞어 만든다. 2~3주간의 발효가 끝나면 여과를 거쳐 최소 3개월 동안 저온 창고에서 숙성한다. 장기 보관 시 품질 저하 우려가 있어 소량만 주조한다. 꿀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도 그리 달지 않고 산미를 최대한 줄여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미더리봉자에서 판매하는 미드 '비왈츠'. (사진=미더리봉자 제공)
    미더리봉자에서 판매하는 미드 '비왈츠'. (사진=미더리봉자 제공)

    미더리봉자의 미드는 봄의 도시인 춘천의 더 다양한 야생화에서 얻은 꿀 덕에 진한 농도와 풍부한 향기를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10도)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선물용이나 기념일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출시를 위해 시행한 크라우드 펀딩(SNS나 인터넷을 활용해 개인들로부터 투자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 3208%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도 뜨거웠다. 비왈츠는 업체 현장이나 지역 전통주 판매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권 대표는 "봄이 되면 춘천에 피어나는 각종 야생화가 꿀의 풍미를 더한다"며 "그 꿀을 나르는 꿀벌을 지키는 게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미더리봉자는 새끼 벌에게 영양제를 주는 등 체계적인 관리로 꿀벌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미에게서 추출되는 ‘개미산’을 이용해 진드기를 퇴치한다. 제품 포장도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를 사용한다. 권 대표는 “나부터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꿀벌을 관리한다”며 “기후 변화로 꿀벌 개체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더 경각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양봉 중인 권수연 대표. 권 대표는 "나부터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꿀벌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미더리봉자 제공)
    양봉 중인 권수연 대표. 권 대표는 "나부터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꿀벌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미더리봉자 제공)

    전통주 판매점에 제품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지역 주점인 ‘꽃술래’에서 시음회도 진행했다. 게스트하우스와 협업을 통해 ‘웰컴 드링크’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 제품으로 지역 및 국산 홉을 이용해 만드는 ‘브래곳’을 준비 중이며 춘천 청년 농부들의 모임인 ‘봄내농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특색 있는 주류를 만들어 춘천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며 “춘천 시민에게 알릴 기회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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