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기준 춘천지역 청년(15~29세 기준) 고용률은 33.5%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41.1%)보다 7.6%나 하락한 수치로, 춘천 청년 100명 가운데 66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42.4%)과 비교해도 한 참 낮은 수준이다.
춘천의 청년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춘천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이 하나둘 도시를 떠나고 있다. ‘공무원의 도시’라는 춘천의 또 다른 이름은 그만큼 청년들이 일할 기업이 없다는 뜻을 반증한다.
희망은 있다. 춘천시는 지역자원인 소양감댐을 이용해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교통요충지에 대용량 수소충전소와 관련 부대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네이버와 삼성SDS, 한국오라클 등 기업들은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춘천의 서늘한 공기가 냉방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인데, 또 다른 기업의 데이터센터 유치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외에도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 등이 가시화되고 있어 일자리 가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 소양강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춘천시는 소양강댐 하류 4km 지점에 78만5000m²(23만8000평) 규모의 수열 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오는 2025년까지 민간자본 2665억원, 국비 253억원, 지방비 109억원 등 총 3027억원을 투자해 2027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클러스터는 6개의 대형 데이터센터, 데이터 관련 기업들이 입주할 데이터 집적단지,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 등으로 구성된다. 클러스터에 들어서는 설비 규모는 1만6500냉동톤(RT, Refrigeration Ton)으로 국내 최대인 롯데월드타워의 5배가 넘는다. 공사가 끝나면 데이터 관련 기업을 유치해 총 5517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춘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200억원 들여 수소교통 복합기지 ‘추진’
춘천시는 학곡리 공영화물차고지 일대에 대용량 수소충전소와 관련 부대시설을 설치하는 ‘수소교통 복합기지’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수소차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한 수소 충전시설과 500㎾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외에도 수소 버스를 이용해 관광 셔틀을 운영하고 공유형 수소차 전용 정거장과 홍보관 등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비 140억 원을 포함해 총 200억 원이 투입되며 이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에 착수한다.
수소 교통 복합기지가 완공되면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대거 창출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가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산업과 지역,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기존 일자리 감소 폭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 구도심인 명동과 중도 레고랜드를 연결하는 수소전기 트램(Tram)도 도입될 전망이다. 허영 국회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국내 유일의 트램 R&D 기술을 보유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트램은 대중의 호응이 클 경우 앞으로 의암호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2~3단계 트램 노선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 주요 대기업 데이터센터 설립 ‘러시’
주요 대기업들 데이터센터 설립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6월 춘천시 동면에 축구장 7배 면적인 5만4229㎡(1만6404평) 규모로 데이터센터 ‘각’을 오픈했다. 2019년에는 삼성SDS가 10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다섯 번째 데이터센터를 춘천에 건립했다. 축구장 5.5배 면적인 3만9780㎡(1만2033평)에 선풍기 날개 모양인 ‘Y’자 형태 구조로 2층 건물을 설계했다.
지난해 5월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한국오라클이 국내 두 번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춘천에 개소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춘천을 선택하는 이유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데이터센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에너지 효율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춘천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연평균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데이터센터 내의 열기를 자연 냉각하기에 좋다”며 춘천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자연환경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을 하나둘 춘천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신북읍 지내리 일원에 들어설 예정인 30메가와트(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도 일자리 가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춘천시는 2200억원을 투입해 한국수력원자력, SK건설, 강원도시가스, 글로벌에너지인프라와 공동사업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 청년일자리, 공공사업 추진‧대기업 유치가 정답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와 함께 대규모 사업을 추진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대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자체가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유치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답”이라면서 “현재 춘천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바로 청년일자리 창출에 적합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일자리가 별로 없고 질적인 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이유”라면서 “하지만 그 자리를 원하는 인력도 있다. 청년들이 춘천을 빠져나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기업 일자리야말로 지역에서는 오아시스”라고 했다.
청년 일자리를 문제 해소 방안으로 노승만 본부장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크다는 제조업의 시대는 지나갔다. 대규모 공장 유치도 쉽지 않다”며 “관광 등 서비스업을 바탕으로 한 지식산업에 관심을 두고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상철 기자 bsc@m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