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사랑의 온도탑’이 결국 100도 달성에 실패했다. 2009년 강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 이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달 31일까지 ‘희망 2025 나눔 캠페인’ 결과 사랑의 온도탑의 나눔온도가 95.3도에 그쳤다고 3일 밝혔다. 85억3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1일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62일간 81억2500만원을 모아 목표 대비 95.3%에 머물렀다.
올해는 목표 모금액을 동결했음에도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 사랑의 온도탑은 전년도 모금 실적보다 목표액을 높게 잡는 등 매년 목표액을 상향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고물가, 경기침체 등을 반영해 목표액을 동결했지만 전년도 모금액(88억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4년 캠페인 모금 목표액은 85억3000만원으로 103.4도를 기록했다.
올해 모금액은 전년 실적 대비 92.1% 수준으로 모든 분야에서 기부액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기부액은 3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억4000만원 줄었으며 법인 기부금(50억2500만원)도 1억4000만원 감소했다.
강원지역 모금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풀뿌리 기부와 고액 기부도 모두 줄었다. 100만원 미만 중소액 기부 총액은 전년 대비 1억9000만원 줄었으며 개인이 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기부도 1억원 감소했다. 2024년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약정 기준)는 2명이었지만 2025년도에는 아무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번 목표액 달성 실패는 경기 악화에 따른 개인과 소상공인의 기부 감소와 기업 경영 부진, 고향사랑기부제 영향 등이 꼽힌다. 기부금을 수억원씩 쾌척할 대기업이 없는 강원지역 특성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풀뿌리 기부 동참이 중요한데 전반적으로 기부 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또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따른 소액 기부자 이탈이 모금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원도의 모금 저조는 전국 17개 시도 지회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전국 사랑의 온도는 31일 기준 108.6도로 목표액(4497억원)보다 389억원이 더 걷힌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원과 경기북부, 전북 등 3곳은 평균을 크게 밑돌며 100도를 채우지 못했다. 반면 세종은 148.1도를 기록했고 부산(124도), 전남(126.1도), 경북(121도)를 달성했다.
잇딴 목표액 미달이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취약계층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모금회는 캠페인 모금액과 연중 모금액을 도내 취약계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지원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모금회는 지난해 연중 모금도 목표(194억원) 달성에 실패했다. 2024년 연중 모금액은 176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7%(196억7000만원) 수준으로 저조했다.
연중 모금과 캠페인 모금이 모두 저조한 심각한 상황이다. 모금회는 매년 연말 모금액을 반영해 최종 배분사업을 결정하는데 모금액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지원 대상 수를 줄이거나 액수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조정이 이루어진다. 도내 위기가정과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다문화가정 등의 생계비와 의료비, 교육비를 지원하는 일반기금 사업 축소 가능성이 높다.
유계식 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목표했던 100도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 따뜻한 정으로 95.3도를 기록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기부 받아서 월급받으면 꿀 보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