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여행기] 당신의 최고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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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여행기] 당신의 최고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 입력 2025.01.05 00:03
    • 기자명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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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강이석 춘천여고 교사

    혹시 공간과 장소의 차이점에 대해 아시나요? 공간은 구체적인 숫자나 문자로 위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의 수도를 경도와 위도로 표시하거나, 건물의 위치를 도로명 주소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반면 장소(place)는 주관적인 개인의 경험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똑같은 장소여도 그 장소를 받아들이는 감정은 각자의 추억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정동진이라는 장소는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별의 기억일 수 있습니다.

    인문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그의 책 ‘공간과 장소’에서 장소애(topophilia)를 언급하였습니다. 장소애는 특정한 장소에 대한 애착감을 의미합니다. 그는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삶, 애착이 녹아들 때 장소가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공간이라는 추상적인 실체에 개인의 추억이 스며들면 비로소 의미 있는 장소가 된다는 말입니다. 결국, 어딘가에 살고 싶다는 감정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공간보다는 장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 살고 싶은 이유가 단순히 그곳에 주관적인 감정이나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곳에 살만한 구체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죠. 예를 들어 교통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풍부하며, 다양한 문화 시설을 즐길 수 있는 대도시를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살고 싶은 곳은 주관적인 장소라기보다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강이석
    사진=강이석

    ‘어디를 여행하고 싶다’라는 감정도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인 순위로 측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다른 누군가는 혁신적인 경제 시스템을 경험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쉼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이렇듯 어떤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를 단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현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곳은 실업급여, 교육 복지 등 사회보장제도가 촘촘하게 잘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은 세계적인 맥주 축제인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남부 프랑스 니스는 지중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휴양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오션뷰를 즐기면서 Nice한 여름밤의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강이석
    사진=강이석

    그동안 누군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도시 중 어느 도시를 가장 좋냐고 묻는다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런던’이라고 대답해 왔습니다. 런던은 제 첫 유럽 여행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여행의 설렘을 처음 느꼈고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런던의 랜드마크들은 저에게 전 세계 어느 랜드마크보다 사랑스럽습니다. 결과적으로 런던은 세계의 수많은 도시 중 제가 가장 많이 여행해 본 도시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런던은 영국의 수도, 세계 금융의 중심지와 같은 공간으로서의 런던이 아니라 노팅힐의 시끌벅적한 거리, 피카디리 서커스의 러시아워, 빨간 이층 버스와 블랙캡과 같은 주관적인 추억과 의미가 담겨있는 장소로서의 런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최애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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