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통령마저 음모론과 주술에 빠지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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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대통령마저 음모론과 주술에 빠지게 되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탈진실의 시대’를 열어내고 있다

    • 입력 2025.01.06 12:00
    • 수정 2025.01.06 12:42
    • 기자명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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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몇 달 전 처음 야당에서 ‘계엄’이 선포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필자는 유튜브 등에서 돌아다니는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대통령과 그 참모진이 굳이 그런 어리석은 일을 감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정말로 ‘계엄’은 음모론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고 이제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음모론’들을 다시 들춰보아야 하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대통령과 그 참모진이 전 국민이, 나아가 세계가 납득하기 어려운 어리석은 일을 감행한 원인 중 하나가 그들이 ‘더 큰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똑똑한 엘리트가 음모론에 빠지는 미스터리

    한국 최고의 명문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다시 특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검찰총장까지 하고서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 ‘부정선거론’과 같은 허망한 음모론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상식적인 시민들은 평소에 우리 사회에서 똑똑함으로 고위직과 명망가의 자리에 오른 유명인들이 이상한 ‘음모론’이나 ‘미신’에 심취해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자연과학의 아버지’인 ‘아이작 뉴턴’조차 ‘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금술’을 믿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대부분의 ‘음모론’과 ‘미신’들은 ‘흥미’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평범한 대중들에게는 가십 뉴스처럼 일시적인 흥미를 끌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국가 운영이나 사회에 진지하게 적용해야 한다고까지 생각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중해야 할 주요 정치리더와 참모들까지 음모론에 빠져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의 과학 저술가이자 과학계의 ‘팩트체커’로 유사 과학, 미신들에 맞서는 활동을 하는 ‘마이클 셔머’는 그의 저서 <스켑틱>에서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믿음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는 그들이 별로 똑똑하지 않은 이유로 가지게 된 믿음을 자신의 똑똑함으로 쉽게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의라 믿은 똑똑하지 않은 리더 

    그렇다. 돌아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진들은 처음부터 ‘민주주의란 서로 다른 생각들이 경쟁’하는 것이라는 중요한 전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이나 법조인들이 가지는 특유의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정의’란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른 생각들 사이에서 조율된 ‘타협’만 있을 뿐이다. 스스로가 정의라 믿는 민주주의 리더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러한 막무가내식 국정운영이 지지율을 계속 떨어뜨리게 되었음에도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믿는 그들은 다시 이 상황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어떤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자신들이 가장 똑똑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본인들의 능력 부족이나 오류가 아니라 막후의 ‘음모’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믿게 된 음모론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나마 사회의 평균치보다는 더 높은 능력인 ‘법률해석’의 능력으로 ‘헌법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되어 있다’고 방어하고 또 합리화하며 어리석은 사태를 감행하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역술’이나 ‘주술’이 양념처럼 가미되며 ‘어리석은 확신’을 한층 강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중독된 대한민국 대통령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이 각자의 공간에 틀어박혀 여전히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일부 정치 유튜브 등을 시청하며 자신의 ‘음모론’에 대한 확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엄과 탄핵 이후에도 10%를 상회하는 국정운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정치리더의 음모론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상당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조차 성공하지 못한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를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이 ‘대한민국’에서 열어내고 있다. 

    ‘탈진실 시대’를 이기는 힘은 표현의 자유

    그래서 어쩌면 우리 사회는 윤석열 대통령 이후 열릴 ‘탈진실의 시대’를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자제하고 다른 의견과 생각들에 대해서 조금 더 열린 자세로 대하는 것이 좋다. 시민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나친 과학주의와 합리성이 만들어낸 현대문명의 부작용에 대해서 성찰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해서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나 인과관계를 특정 집단들의 정념에 굴복시켜 왜곡시키거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모로 보나 더 섬세하고 침착한 시민들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을 창립했고 서울시 노동협력관, 경기도 노동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는 사단법인 정치발전소에서 민주주의와 현실 정치에 대한 교육과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알린스키, 변화의 정치학>, <청춘일기>,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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