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지역 시 단위 지역 일부 학교에서 수포자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시 지역조차 학력 저하 현상이 엿보이고 있다.
폐광지역에서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폐교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여러 학교들이 통폐합됐지만, 여전히 학년별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곳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지역 산업과 공교육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이 지역을 배움의 터전으로 삼은 학생들의 수학 성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탄광과 함께 학부모들은 실업 위기에 봉착했고, 그들의 자녀인 중학생들도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규모가 작은 폐광지역 학교 중 ‘수포자’(60점 미만 E등급) 비율이 과반인 곳이 다수였고, 같은 교실 안에서도 성적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져 수준별 맞춤 수업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본지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교알리미’를 통해 △속초 △고성 △양양 △동해 △삼척 △태백 △정선 △영월 등 강원 영동 및 폐광지역 8곳의 올해 1학기 중3 수학 성적을 분석했다. 학년당 학생 수가 10명을 넘는 학교에서는 평균적으로 60점 미만 E등급을 받은 학생이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앞서 강원 영서와 비슷하게, 작은 규모의 학교가 많은 영동 및 폐광지역 역시 데이터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일부 학교에선 3학년 재학생이 아예 없어, 관련 성적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중학교 3학년 학생이 10명 이상인 학교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영월(48.6%)과 정선(48.1%), 양양(47.0%), 태백(46.5%), 동해(45.8%), 속초(44.3%), 삼척(43.8%), 고성(39.7%) 등 순으로 지역 내 수포자 비중이 컸다.
▶인프라 좋은 시내 학교도 수포자 60% 넘어
동해는 모든 중학교가 동 단위에 자리해 학생 규모와 교육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일부 학교에서 수학 60점 미만 학생 비율이 10명 중 6명을 넘어섰다. 동해중(65.0%‧98명)은 3학년 4개 학급의 수학 평균 점수가 47.6점에 머물렀다. 통상 지역별 수학 평균이 60점 내외로 형성된 것과 비교해, 50점을 밑돌며 저조했다. 예람중(60.7%‧192명) 역시 E등급을 받은 학생이 60%이상이었다.
수학 성적이 가장 좋은 학교는 사립인 동해삼육중(11.5%‧24명)이었고, 이어 하랑중(42.7%‧108명), 동해광희중(44.1%‧110건), 묵호중(46.6%‧145명), 북평중(50.0%‧125명) 순이었다.
속초는 설악중(41.9%‧166명), 속초중(42.1%‧171명), 속초해랑중(43.3%‧164명), 설온중(50.1%‧166명) 순으로 학교별 인원수와 성적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체로 시내 권역에 위치하고, 사설 학원같은 사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다. 평균적으로 지역 내 수포자 비율은 44.3%, 평균은 63.3점을 기록했다.
군 단위 지역인 양양과 고성도 대부분 학교가 인구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양양의 경우 가장 규모가 큰 양양중을 제외하고는 소규모 학교들이었다. 양양중(44.0%‧124명)은 수포자 비율이 10명 중 4명 수준이었다. 학생 수가 1명뿐인 현남중은 E등급에 해당하는 사례가 없었고, 현북중(33.3%‧9명), 강현중(50.0%‧10명) 등이었다. 고성은 읍내 고성중(44.9%‧66명)을 포함해, 거진중(28.6%‧15명), 대진중(40.0%‧5명), 동광중(45.5%‧12명) 등으로 조사됐다.
▶학교 사라진 폐광지역 교육 환경 악화
강원 폐광지역은 지역 소멸 위기가 성큼 다가온 지역 중 하나다. 대체 산업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데다, 인구마저 줄어들면서 삼척의 경우 시 단위 지역인데도 2018년 소달중, 2022년 장호중, 2023년 도계여중 등 3개 학교가 잇따라 통폐합됐다. 남아있는 학교 중에서도 하장중(1학년 4명, 2학년 3명)은 3학년생이 한 명도 없었고, 가곡중(2명), 미로중(4명), 원덕중(5명), 임원중(6명), 근덕중(7명) 등은 학년별 학생 수가 10명 미만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가 적어 위기가 닥친 셈이다.
이런 소규모 학교는 일부 학생의 성적에 따라 E등급 비율이 들쭉날쭉했다. 임원중(16.7%‧6명)과 미로중(25.0%‧4명), 원덕중(40.0%‧5명)에선 비교적 수포자가 적었고, 가곡중(50.0%‧2명), 근덕중(57.1%‧7명)에선 많았다. 가곡중의 경우 90점 이상 A등급과 60점 미만 E등급이 각각 1명으로, 소규모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동 또는 읍 단위 학교에서도 수포자 비율은 10명 중 4명꼴로 나타났다.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삼일중(37.5%‧96명)에서 E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다. 이어 도계중(42.6%‧54명), 청아중(47.0%‧147명), 삼척중(48.1%‧78명) 순이었다.
삼척 외에도 영월, 정선, 태백 등 폐광지역 전반에서 학령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학력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영월에선 2022년 신천중, 정선에선 2010년 사북여중과 2014년 함백여중, 태백에선 2021년 장성여중이 각각 문을 닫았다.
영월은 이번 분석 대상 8개 시‧군 중 수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어느 정도 학교 규모가 유지되고 있는 주천중(61.9%‧21명)과 석정여중(55.6%‧63명)에서 과반이 수포자인 탓이다. 영월중(41.7%‧71명)과 봉래중(35.0%‧17명) 등은 상대적으로 수학 성적이 나았다.
영월의 경우 학교 10곳 중 6곳이 학년별 학생수 10명 이하였다. 상동중에는 재학 중인 3학년생이 없어 관련 성적 자료도 존재하지 않았다. 녹전중(5명)과 마차중(3명)은 수학 성적 60점 미만 학생이 없었고, 쌍룡중(25.0%‧4명)과 연당중(37.5%‧8명), 옥동중(42.9%‧7명) 순으로 나타났다.
정선 역시 수포자 비율이 높았다. 읍내 정선중(27.2%‧114명)과 강원랜드가 인접한 사북중(44.4%‧36명) 등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학교와 여량중(33.3%‧3명), 고한중(38.5%‧13명)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절반 이상이 수포자였다. 함백중(52.4%‧19명), 나전중(62.5%‧16명), 임계중(63.6%‧11명), 문곡중(66.7%‧6명), 화동중(85.7%‧7명) 등이다.
태백의 경우 함태중(34.8%‧66명), 황지중(37.4%‧84명), 상장중(47.6%‧63명), 세연중(51.9%‧81명), 철암중(57.1%‧7명), 태백중(60.7%‧29명) 순이었다.
권소담 기자 ksoddamk@mstoday.co.kr
(확인=김동섭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