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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강대규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래동화 ‘심청전’ 속 인물들의 행동이 어떤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Q. "공양미 300석 시주하면 맹인 눈이 떠진다"는 스님은 '사기죄'?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면 심봉사의 눈을 뜰 수 있다고 한 스님의 말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347조에 따르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는 기망행위,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재산상의 손해 발생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심청전의 경우, 즉 스님이 심청이에게 아버지 눈을 띄워 준다며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도록 한 것은 기망 행위에 해당합니다. 또 심청이 인당수 재물이 돼 공양미 300석을 시주한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이자 재산상의 손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기간의 판례가 확립해 온 법리가 무속 행위나 종교 행위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한 경우, 시험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단, 사회통념상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 누가 봐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편취한 행위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심청전의 경우 스님이 심봉사에게 눈을 뜨게 해주겠다고 한 것이 사회통념상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봉사가 눈을 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우리나라 판례상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Q. 공양미 300석에 심청을 제물로 산 상인들, 10년 이하 징역?
심청전에서 상인들이 심청을 인당수에 제물로 바치기로 한 것은 △미성년자 약취유인죄 △인신매매죄 △자살방조죄 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범죄입니다. 이 경우 상인들은 심청을 유인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신매매죄는 사람의 신체를 매매하는 범죄로, 이 경우 상인들은 심청의 신체를 쌀 300석과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청이 스스로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은 자살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상인들은 이를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형법 제252조에 따라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사람은 자살 방조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 심봉사 버린 뺑덕어멈은 무슨 죄?
심청전에서 뺑덕어멈이 심봉사를 버리고 도망간 것은 형법 271조 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271조에 따르면 나이가 많거나 어림, 질병 그 밖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유기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실사례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잠이 든 손님을 두고 가게 주인이 보일러를 끄고 나가 동사로 발견된 사건에서, 법원은 가게 주인에게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 유기죄로 처벌한 사례가 있습니다. 뺑덕어멈은 심봉사와 함께 왕이 주최하는 맹인잔치에 가기로 약속했으므로 심봉사를 보호할 계약상 의무가 있습니다. 단, 뺑덕어멈과 심봉사 간의 관계가 법률상 또는 계약상 부양 의무가 있는 관계인지 여부는 따져봐야 합니다.

Q. 효녀 심청, 상인들과 계약 취소 가능한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심청전에서 사람의 인신을 매매하는 행위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심청이와 상인들 간의 계약은 무효입니다. 심청이는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인 심봉사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를 받지 않은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심봉사는 상인들에게 공양미 300석을 반환하고 심청이를 인당수에 제물로 바치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박지영 기자 ji8067@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