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호반의 도시 춘천의 매력을 더하는 곳
시원한 강바람에 몸을 맡기며 한여름 무더위를 잊던 춘천시민의 피서지
동글동글한 하부 관이 콧구멍을 닮은 '콧구멍 다리' 세월교
1967년 춘천 소양강댐 건설 당시 동면 지내리와 신북읍을 연결하기 위해 놓인 공사용 가교.
폭 10m, 길이 220m의 가교는 2㎞ 정도 상류에 있는 소양강댐이 방류하면 불어난 물이 교량을 넘쳐흘러 세월교(洗越橋)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사 완료 후에는 차량과 사람의 이동로로 활용되며 50년이 넘도록 춘천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 에어컨이 되어주고, 은빛 물결 위에 춤추듯 피어오르며 장관을 이루는 물안개, 빙어낚시의 짜릿한 손맛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춘천시민의 삶과 서민의 애환을 담아냈다.
하지만 세월(歲月)을 이기지는 못했다.
2020년 낡고 노후화된 세월교는 소양강댐 방류에 따른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난간이 무너져 내렸다. 2021년 정밀안전진단에서는 긴급 보수나 보강이 필요하다는 D등급을 받아 보행이 금지됐다. 또 2017년 신축된 소양7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 이상 보존은 어렵다는 게 춘천시의 결정이다.
결국 이달부터 세월교 철거가 시작됐다. 공사를 맡은 김성윤 춘천시도로통합관리단장은 "국지성 호우에 따라 소양강댐을 최대 방류할 경우 세월교가 유속을 저해해 이달부터 7월 중순까지 소양교를 철거한다"고 밝혔다.
철거와 존치를 놓고 수차례 반복할 만큼 춘천시민의 각별한 사랑은 세월교를 역사 속으로 그냥 보내지 않았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12일 철거 현장 점검차 세월교를 방문해 "자식 하나를 보내는 것 같은 마음"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세월교를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얼 존' 조성으로 세월교에 대한 춘천시민의 추억과 낭만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춘천시는 철거 공사가 완료되면 교량이 있던 신북읍 쪽에 세월교 기념 조형물 등을 갖춘 '기억의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춘천시민의 삶에 녹아있는 세월교. 형태를 초월한 역사와 영원성을 이어갈 이곳이 시민 휴식공간으로 또 다른 세월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박지영 기자 ji8067@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해보면
세월호에 돗자리 깔고앉아 가족들과 함께 나누던 마음과 정으로 버틴게 아닌가 싶네요.
이제는 다시 갈수없는 곳이 되었지만
그때의 추억만큼은 잊지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