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로 춘천을 빚다⋯“춘천의 이야기를 양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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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로 춘천을 빚다⋯“춘천의 이야기를 양조해요”

    춘천산 메밀 고집하는 로컬 양조장 ‘디스틸러 앤 브루어’ 양현모 대표
    춘천마임축제와 협업한 두 번째 막걸리 선봬, 라벨 지역 작가와 협업
    지역 대표 술 만드는 것 목표, 유형의 자원 넘어 무형 자원까지 활용

    • 입력 2024.04.30 00:03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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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모 디스틸러앤브루어 대표. (사진=한승미 기자)
    양현모 디스틸러앤브루어 대표. (사진=한승미 기자)

    “지역의 이야기를 재료 삼아 술을 빚습니다.”

    춘천 동내면에 위치한 한 양조장. 지난해 문을 연 이곳 양조장의 대표는 춘천의 정서를 담은 문학 작품이나 지역 작가들의 그림 등 문화예술을 탐독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취미로 즐기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의 행동 모두가 “춘천 대표 막걸리를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춘천과 문화예술 그리고 막걸리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독특한 행보의 주인공은 양현모(44·사진) 대표다. 그는 지난해 동내면에 ‘디스틸러앤브루어’의 문을 열었다. 증류주 생산자를 의미하는 디스틸러(distiller)와 차를 우리는 사람을 뜻하는 브루어(brewer)를 더한 단어로, 삶의 여유로움을 주는 술과 차가 어우러지는 듯한 술을 만든다는 이름이다. 그는 이곳에서 춘천 메밀을 주 재료로 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춘천 동내면에 위치한 디스틸러앤브루어. (사진=디스틸러앤브루어)
    춘천 동내면에 위치한 디스틸러앤브루어. (사진=디스틸러앤브루어)

    양 대표의 목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로컬’의 상징성은 유·무형의 자원을 고루 활용하는 것에 있다. 양 대표는 “일반적으로 지역 대표 상품들이 농산물과 같은 유형의 자원을 활용하는 데 이것을 넘어서고 싶었다”며 “지역이 가진 무형의 자원도 함께 활용하는 것이 더 큰 상징성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스틸러앤브루어의 첫 제품인 ‘흐들 11’에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흐들 11을 보는 사람들이 춘천의 모습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춘천 대표 소설가 김유정에게 영감을 얻어 그의 작품 ‘오월의 산골작이’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메밀 곡식이 열리는 듯한 모습을 통해 김유정이 살았던 춘천 실레마을의 정취와 소박하고 정겨운 삶을 묘사했다. 

     

    춘천마임축제와 협업한 막걸리 ‘난장’. (사진=MS투데이 DB)
    춘천마임축제와 협업한 막걸리 ‘난장’. (사진=MS투데이 DB)

    최근에는 지역 축제조직과 협업한 두 번째 제품 ‘난장’을 완성했다. 난장은 올해 초 춘천마임축제의 제안으로 만들게 됐다. 춘천마임축제를 즐기는 모든 이들을 ‘도깨비’로 설정, 전래동화 속 도깨비가 메밀묵을 좋아하는 것처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메밀 막걸리 ‘난장’을 좋아한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우리 모두에게 남다른 재능과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초능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유쾌한 설정을 더했다. 

    이러한 설정들은 라벨에서도 확인된다. 춘천 서예가 이한나 씨가 맡아 난장’이라는 제품명을 전각으로 완성하고 부제인 ‘도깨비가 환장하는 막걸리’를 썼다. 막걸리를 마시는 도깨비 그림은 시민화가 김진태 씨가 그렸으며 제품 성분표시는 회사원 김종윤 씨의 손글씨로 표기했다. 

    양 대표는 이번 막걸리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첫 막걸리인 흐들은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탄생했는데 이번 막걸리는 구성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만들어졌다”며 “메밀을 사용해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에서 메밀묵을 좋아하는 도깨비를 콘셉트로 한 막걸리를 만든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춘천산 막걸리의 해외 진출이다. 지역의 전설, 축제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술을 만드는 동시에 해외 시장을 겨냥한 리큐르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가끔은 술을 만드는 것인지 춘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인지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로컬의 유무형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막걸리로 삶의 여유로움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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