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가 신축 아파트 특판가구 구매 입찰 과정에서 10년간 담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구업체들의 장기간 담합이 아파트 분양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구 제조·판매업체 31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31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2014년부터 특판가구 시장에서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샘(211억5000만원), 현대리바트(191억2200만원), 에넥스(173억9600만원) 등이 가장 많은 과징금 내게 됐다.
이들 가구업체들은 2012년~2022년 약 10년 동안 건설사 24곳이 발주한 738건의 특판가구 구매 입찰과 관련해,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투찰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이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특판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 등 신축 아파트 같은 대단위 공동주택 건축사업에 기업 간 거래(B2B)로 공급하는 가구다. 비용은 분양원가에 포함돼 있으며, 주방가구(싱크대‧상부장‧하부장‧냉장고장‧아일랜드장)와 일반가구(붙박이장‧거실장‧신발장) 등이 포함된다. 특판가구 납품의 경우 발주처가 공동주택 현장별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가 가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정위 조사 결과 가구업체 영업 직원들은 건설사 입찰에 참여하기 전 낙찰예정자, 들러리 참여자,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이후 합의된 낙찰예정자는 들러리사에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사는 견적서 그대로 또는 견적서상 금액을 일부 높여서 써내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할 목적으로 낙찰예정자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견적서 교환을 통해 입찰가격만 합의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진 고질적인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액이 1조9457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다수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강원지역에서 최근 1년간 공급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464만원으로, 10년 전(623만원)에 비해 2.3배 상승했다.
담합이 이뤄진 기간, 춘천에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사는 대우건설(2827억원), GS건설(2269억원), HDC현대산업개발(2189억원), DL이앤씨(1813억원), 롯데건설(1597억원), 우미건설(870억원), 호반건설(664억원), 라인건설(470억원) 등이다.
담합한 가구업체들은 대우건설 발주 건에서 입찰 전에 미리 준비한 주사위 2개를 굴려 합계가 높은 업체 순서대로 연간 단가 입찰의 낙찰순위를 결정했고, GS건설 발주 건에서는 예상 현장목록을 만든 후 제비뽑기를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지난해 가구업체 및 12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고발했으며,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속되어 온 가구업계의 담합 관행을 근절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생활과 밀접한 특판가구 시장에서의 경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법을 어겨 돈을 벌고..쬐금만 떼어주면 정리되니,
계속 웃으면서 법을 어기지요..
그래도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