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보행자 우선도로'⋯여전히 "사람보다 차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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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뿐인 '보행자 우선도로'⋯여전히 "사람보다 차가 먼저"

    • 입력 2024.03.05 00:09
    • 기자명 한재영 국장·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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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자 우선도로'는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로, 보행자의 통행이 차량 통행에 우선하도록 지정한 도로를 말합니다. 제한 속도를 초과해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할 경우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는데요.

    2020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강원대 춘천캠퍼스 후문 먹자골목은 보행자 우선 통행권이 주어진 지 4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역주행 차량과 불법 주정차 차량이 난립해 보행자와 인근 상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말뿐인 보행자 우선도로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박지영 기자 ji8067@mstoday.co.kr

    (확인=한재영 데스크)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후문 먹자골목. 

    인근에 대학과 고등학교 등이 있고, 비교적 저렴한 식당과 술집이 모여 있어 새 학기가 되면 점심시간부터 늦은 밤까지 수많은 인파로 북적입니다.

    하지만 폭이 좁은 골목에 차량의 이동까지 많아 안전사고 발생의 우려가 컸습니다. 춘천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2020년 국비와 시비 등 5억6천만원을 투입해 일대를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했습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 통행이 차량 통행에 우선하도록 지정한 도로로, 차량은 지나가는 사람과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제한속도를 초과해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하면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춘천시도 주행 속도는 30㎞ 이하로 제한하고, 포토존과 벤치 등으로 꾸며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환경 조성사업도 추진했습니다. 

    강원대 후문 일대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보행자의 통행이 우선이지만 역주행으로 도로 중앙을 가로질러 달리는 차량이 다수 목격됐다. (사진=박지영 기자)
    강원대 후문 일대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보행자의 통행이 우선이지만 역주행으로 도로 중앙을 가로질러 달리는 차량이 다수 목격됐다. (사진=박지영 기자)

    보행자 우선 통행권이 주어진지 4년.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은 여전하지만, 현실은 말뿐인 상황입니다. 

    상가 물품 운송 차량 등의 편의를 위해 일방통행을 허용했지만, 수시로 역주행 하는 차량이 목격됐고, 속도 제한을 지키지 않고 밀고 들어와 보행자를 위협하는 차량도 여전했습니다. 

    [인터뷰-임가희·김강비 / 대학생]
    "운전하는 속도를 많이 안 지키는 것 같은데 보행자가 있으면 천천히 달려야 할 것 같은데 속도를 위반하거나 더 빨리 달리는 것 같아요. 사람들 사이사이로 많이 지나가서 더 위험한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최민영 / 대학생]
    "낮보다는 저녁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데 그때 많이 불편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음식점이 많다 보니까 이렇게 납품하는 차들이 많아서 더 불편한 것 같아요. 제가 19학번이라 2019년부터 이 골목을 지나다녔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강원대 후문 먹자 골목에 차량과 학생들이 뒤엉켜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박지영 기자)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도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합니다. 

    경관 조성을 위해 꾸며졌던 벤치와 조형물은 관리 부실로 사라지거나 훼손돼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가게 앞엔 여전히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어서 주차장이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인터뷰-신은정 / 인근 상인]
    "가게 앞인데 입구를 막아놓고 (차량을) 대놓고 가는 분도 있고 해서 불편하고, 주차장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주차장에 주차하고 골목에는 주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강원대 후문 일대 좁은 도로 양쪽이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가득한 모습. (사진=박지영 기자)

    2022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4.1%인 933명은 보행자였습니다. 

    춘천시는 2025년 9월까지 13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타워가 조성되면 만성적인 주차난 등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MS투데이 한재영(촬영‧편집 박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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