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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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4.02.26 00:0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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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돈은 중요하다. 어떻게 버느냐가 중요할까,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할까.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격언은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청문회에 나와 치도곤을 당하고 기업을 물려받겠다는 재벌가 2세들이 재판정에 나와 형벌까지 선고받는 모습을 보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라는 충고를 따랐다는 이유로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개와 정승에 빗대는 저 격언이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품격을 포기해야 한다는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적인 돈을 버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성경에도 쓰여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기업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때 구글의 경영모토는 ‘돈 비 이블(Don’t be evil)’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악해지지 말자. 기업의 목표는 착한 의지가 아니라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닌가. 혁신기업이 이런 인간적인 다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제는 지나간 말이다. 누구나 필요한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를 꿈꾸었던 정승같은 스타트업이 이제 경쟁자들을 거세게 물어뜯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도 으르렁 거리는 개같은 초거대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천국의 문에서 멀어진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있다. 사회적경제는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하여 구성원 간 협력과 자조, 참여와 호혜를 바탕으로 생산·교환·분배·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이윤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민주적인 공동체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활동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참 어렵다. 아등바등 더 벌고 더 아껴야 남들과의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텐데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까지 챙겨서 협력하고 서로 베풀면서 기업경영을 하라고 하니 세속의 셈법으로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도시에는 이렇게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겠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춘천에는 364개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고용하고 있는 종사자의 수는 1300여명에 이른다. 지역경제구조에서 아직까지 주목할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춘천 사회적경제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50% 이상은 청년들이고 문화예술 분야의 기업들 비중이 높다.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지역혁신의 가능성이 사회적경제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 전문지원기관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기술,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민주적 운영, 안전한 환경까지 책임지겠다는 혁신가들을 발굴하여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진입하는 것을 돕는다. 기업들에게는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만드는 교육, 컨설팅을 지원하고 혁신성과 경쟁력에 대해 조언하고 자원을 연계한다. 또한 춘천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새로운 도시 활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 협동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분야 예산을 56.1% 감축했지만 우리 도시는 ‘사회적경제 도시 춘천’을 선포했다.

     

    ■ 박정환 필진 소개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추진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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