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역사와 생활 문화사를 담은 희귀 기록물이 공개됐다.
고문서 등 자료 불모지인 춘천에서 이 같은 자료가 대거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춘천문화원(원장 권은석) 춘천학연구소는 8일 춘천문화원 학이실에서 ‘춘천 고문서·민간기록물 기증식’을 개최했다. 20여년 동안 춘천과 관련된 유물을 수집해온 김현식 씨가 지역학 연구에 가치가 있는 소장품을 기증했다.
이번 기증은 춘천시 박물관 건립을 위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이번 기증품은 고문서와 근현대 유물 등으로 모두 589점에 달한다.
고문서는 모두 193건으로 시문, 명문, 호구단자, 소송 단자, 교서, 교령, 기타 문서 등이다. 1776년 강원 감사를 지낸 김이소가 정조에게 바친 시, 과시를 봤던 춘천 양반의 답안지 등 조선시대 강원도와 춘천지역의 사회 상황을 구명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근현대 기록물은 학교 기록물, 사진, 도서, 지도, 신문, 팸플릿, 생활사 자료 등 396건이 기증됐다.
춘천 호패와 춘천지역 이산가족 찾기 포스터, 에티오피아(옛 공지천 이디오피아) 예식장 방명록과 축의금 내용 등으로 광복 이후 춘천시민 생활·문화사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기증품은 김 씨가 20대부터 40대까지 동안 서울 청계천 고물상 등을 다니며 수집했다. 기증품들은 감정평가 결과 1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식 씨는 “20여년 동안 춘천과 연관이 있는 자료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고 수집해왔는데 드디어 드디어 임자를 만나게 됐다”며 “춘천학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춘천시민의 문화적 자산으로 돌려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80년대 이후 자료를 수집할 후계자를 만들지 못한 것”이라며 “80년대 이후 자료들을 누군가 모아서 기증한다면 다음 세대에 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과 김헌 학예연구사는 이번 기증품이 춘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료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은 한국전쟁으로 공문서와 고문서 등이 소실돼 고문서 불모지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문화원은 기증물과 유물에 대한 번역과 해제를 거쳐 춘천학 관련 연구와 교육 자료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보존처리 과정 등을 거치고 내년 전시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권은석 춘천문화원장은 “춘천은 6.25 전쟁으로중요 자료들이 많이 소실됐던 만큼 이번에 기증된 자료들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귀중한 자료들을 잘 보관, 관리해 춘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학술·문화 발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윤수용 데스크]
'기록'으로 남겠지요. 춘천을 아껴주신, 아름다운 기증의 시초를 남겨주신 김현식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