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식당 울리는 ‘리뷰 먹튀’ 기승⋯업주들 “더는 못 견뎌”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배달 식당 울리는 ‘리뷰 먹튀’ 기승⋯업주들 “더는 못 견뎌”

    반찬 등 무료로 받고 리뷰 적는 ‘리뷰 이벤트’
    음식만 받고 연락 두절 되는 등 ‘먹튀’ 손님 多
    낮은 참여율에 리뷰 이벤트 포기하는 식당도
    배민 “강요할 수 있는 것 아니라 조치 불가”

    • 입력 2022.10.31 00:02
    • 수정 2022.11.02 01:5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님들을 믿고 공짜 음식을 내줬는데, 배신당하는 기분입니다.”

    춘천 효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성모씨는 최근 리뷰 이벤트 서비스를 그만뒀다. 손님들에게 무료로 추가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음식 리뷰를 받았지만 대부분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앱 특성상 리뷰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돼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지만 이를 포기할 만큼 심리적 피해가 너무 컸다.

    배달 앱을 통해 음식점에 리뷰를 약속하고 음식을 받아 간 후 약속을 어기고 잠적해버리는 고객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고객들의 행위를 가리키는 ‘리뷰 먹튀’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먹튀‘는 ‘먹고 튀다‘라는 뜻을 가진 속어로, 이득만 취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행위를 가리킨다.

    26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리뷰 먹튀’ 행위로 인한 피해를 하소연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하루 동안 리뷰 이벤트 18개가 나갔는데 리뷰는 2개뿐”이라는 내용이었다. 글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16개 보냈는데 한 개도 올라오지 않았다”, “리뷰 알림도 뜰 텐데 정말 너무하다” 등 62개의 댓글이 달렸다.

    리뷰 이벤트는 식당들의 치열한 앱 내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업체들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에선 음식점에 대한 리뷰를 남길 수 있는데, 이는 업주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리뷰가 많거나 별점(최고 5점)이 높을수록 해당 음식점은 검색 목록 상단에 위치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주들은 추가 지출을 감수하면서 리뷰를 약속한 고객들에게 음료수나 추가 반찬 등 부수적인 음식을 제공한다.

     

    고객들에게 리뷰를 유도하는 배달 스티커가 거리에 붙어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고객들에게 리뷰를 유도하는 배달 스티커가 거리에 붙어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리뷰 먹튀’는 이런 자영업자들의 절박함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다. 춘천 효자동 한 음식점은 최근 배달의민족에 “리뷰 이벤트는 신청에 비해 참여율이 매우 낮아 사정상 잠정 중단합니다”라는 공지를 게시했다. 1인분당 계란후라이 1개를 제공했지만 반복된 ‘리뷰 먹튀’로 더는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리뷰 이벤트를 약속한 단체고객에게 10개가 넘는 계란후라이를 무료로 제공했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후 잦은 먹튀 행각을 벌인 고객에겐 이벤트 음식을 보내지 않는 등 조치도 시도했으나 돌아온 것은 별점 테러(일부러 최하 점수를 주는 행위)와 항의 전화였다. 사장 성씨는 “리뷰 이벤트를 요청하는 10명 중 8~9명은 리뷰 먹튀다”며 “이벤트로 인한 홍보 효과보다 항의, 먹튀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리뷰를 약속하고 음식을 받은 후 잠적하는 이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춘천 한 음식점이 리뷰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사진=배달의민족 화면 갈무리)
    리뷰를 약속하고 음식을 받은 후 잠적하는 이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춘천 한 음식점이 리뷰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사진=배달의민족 화면 갈무리)

    업주들은 리뷰 이벤트를 강요하는 배달 업계의 구조에 불만을 드러낸다. 석사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모씨는 “배달 음식이 수익 대부분인데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이 시장을 다 차지하고 있으니 살아남으려면 리뷰나 별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와중에 리뷰 먹튀까지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리뷰 먹튀’를 막기 위한 업주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음식점은 리뷰 이벤트를 신청할 때 닉네임을 적게 하거나 안심번호를 해제하도록 요청해 고객의 실제 전화번호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고객을 파악하거나 직접적인 연락이 가능케 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방법 이외 다른 조치는 힘들어 보인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리뷰는 강요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라며 ”음식점과 고객 간 약속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어긴 것에 대해 법적 조치나 제약을 주긴 힘들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