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며 수요가 줄자 전셋값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춘천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1억8515만원으로 지난해 7월(1억8546만원) 평균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7월 공표자료부터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추출 틀과 표본 규모가 변경돼 이전 시세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춘천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셋값은 지난해 12월(1억8921만원) 고점을 찍은 이후 9개월 연속 하락세다.
최근 전세 자금 대출 금리가 최대 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건의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연내 금리가 8%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전세 수요는 더욱 위축됐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를 통해 춘천지역에서 1억8515만원의 전세금 중 1억4500만원(전세금 대비 대출 비율 78%)을 변동금리에 2년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각 은행 최고금리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포함해 3.61~7.22% 수준에 형성됐다. 지난달 평균 금리가 3.78~5.42%에 형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1개월 만에 1.8%p 오른 것이다.
춘천시민들의 거래가 많은 NH농협은행(주택금융공사 보증, 6.30%)과 신한은행(주택금융공사 보증, 5.42%)은 전세 자금 대출 최고금리가 5~6% 수준에서 형성됐다.
최고금리가 7.22%로 가장 높은 수협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는다면 총 대출 비용은 1억6072만원 수준으로, 2년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1572만원에 달한다. 60만원짜리 월세를 24개월간 부담해야 하는 비용(1440만원)보다 132만원(9.2%) 많은 금액이다. 이처럼 전세 대출 금리가 치솟자 전세살이의 실익이 적은 임차수요가 월세로 이전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춘천은 전세가율이 높은 ‘깡통전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통상 부동산업계에서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는데, 춘천은 전세가율이 지난달 기준 82.0%에 달한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68.9%, 강원지역은 76.8% 수준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6일 기준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은 579건으로 한 달 전(539건) 대비 40건(7.4%) 증가했다. 춘천 내에서도 후평동(28.0%)과 퇴계동(14.2%)의 매물 적체 현상이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달 1~26일 사이 춘천지역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34건이다. 일일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5.2건의 전세 계약이 체결된 셈이다. 올해 9월은 222건으로 하루에 7.4건의 계약이 됐던 것과 비교하면 전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춘천 석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저금리 시절에는 주거에 나가는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전세만을 고집하는 손님들이 많지 않다”며 “깡통전세에 대한 위험이 높다고 하고, 전세 대출 이자 부담도 크니 적당한 선에서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로 들어가려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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