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나라 땅 무단 점유한 KT&G ⋯“무대 설치에 수익사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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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기획) 나라 땅 무단 점유한 KT&G ⋯“무대 설치에 수익사업까지”

    상상마당 춘천, 인근 국유지 무단 사용
    무대 설치에 일 77만원 수익 사업 벌여
    원주환경청 “허가 없어, 무단 사용 불법”
    KT&G “담당자 누락, 지자체와 협의할 것”

    • 입력 2024.05.09 00:09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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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상상마당 춘천이 지난 5일 개관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들 기관이 국유지에 무단으로 무대를 설치, 수익사업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한승미 기자)
    KT&G상상마당 춘천이 지난 5일 개관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들 기관이 국유지에 무단으로 무대를 설치, 수익사업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한승미 기자)

    KT&G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KT&G상상마당 춘천 인근 국유지에 무단으로 무대를 설치하고 허가 없이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KT&G는 MS TODAY 취재가 시작되자 이를 인정하면서도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하루 77만원의 대관 이용료를 받겠다며 수익사업까지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유지를 관리하는 원주지방환경청은 해당 부지의 점용 상태를 확인한 후 원상복구 명령과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KT&G상상마당 춘천은 KT&G가 춘천시 대표 어린이시설이었던 옛 어린이회관 부지를 사들여 2014년 문을 열었다. KT&G는 상상마당 춘천이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기여했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지역민과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높다. 인기 페스티벌에 대한 지역민 할인이 없고 야외공연장과 전시장은 대관료가 비싸거나 사용이 어려워서다.

    KT&G는 여기에 춘천시 삼천동 236-2번지 일대 국유지에 허가 없이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대관해 수익사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땅은 KT&G가 2013년 춘천시로부터 매입한 상상마당 부지(삼천동 223-2번지) 바로 앞 북한강변에 위치했고 수변공원과도 인접해 있다. 환경부 국유지에 해당해 환경부 소속 기관인 원주지방환경청이 위임 관리한다.

    지난달 27일 국유지에서 별도 허가 없이 ‘2024 KT&G 상상실현 페스티벌-춘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지난달 27일 국유지에서 별도 허가 없이 ‘2024 KT&G 상상실현 페스티벌-춘천’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 국유지는 본래 계단을 통해 하천까지 내려갈 수 있었지만, 현재 KT&G가 설치한 계단 위 나무 데크와 무대 장치로 일부 통행로가 차단됐다. KT&G는 상상마당 입구 안내판에서도 이 땅을 ‘수변 무대’로 안내한다. KT&G는 이 무대에서 매년 ‘상상실현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지난달 27~28일 열린 ‘2024 KT&G 상상실현 페스티벌-춘천’에서는 이 수변 무대를 ‘L스테이지’라 명명하며 공연 무대 중 하나로 활용했다. 축제 기간 수변 무대에 음향 기기를 설치하고 차단봉으로 가로막은 계단형 데크 위에 관객들을 여럿 앉도록 해 무대를 운영하는 모습이 본지 카메라에 담겼다. 

    그러나 KT&G상상마당은 이 수변 무대가 설치된 국유지에 대해 어떤 사용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천은 홍수 등 수재해 예방과 수생태환경 보전 등 공공의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가가 관리한다. 국유지는 국유재산 보호를 위해 별도 허가 없이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 본지 취재 결과, 관리 주체인 원주지방환경청은 KT&G에 별도 점용 허가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춘천시 건설과 역시 수변 무대 관련 허가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단 설치한 수변 무대로 수익사업을 펼친 KT&G상상마당 춘천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대관료 안내. 
    무단 설치한 수변 무대로 수익사업을 펼친 KT&G상상마당 춘천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대관료 안내. 

    더 심각한 문제는 KT&G상상마당 춘천이 점용 허가도 받지 않은 국유지를 외부에 대관하는, 수익사업에까지 활용했다는 점이다. KT&G상상마당 춘천 대관 안내 페이지 등에는 수변 무대 대관에 대한 안내가 포함돼 있다. 대관료는 기업체 홍보 기준 8시간에 77만 원이다. 이용 시간의 1시간을 초과할 때마다 33만 원이 추가 부과되며 이용을 위한 설치·철수 등의 준비 대관료도 별도로 33만 원을 받는다.

    원주환경청은 본지 취재에 별도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이용하고 수익사업을 한 것 모두 불법이라고 밝혔다. 최건희 원주지방환경청 하천계획과 주무관은 “사용 허가조차 낸 적이 없으며 애초에 공익사업이 아니라 사적으로 돈을 받는 수익사업에는 허가를 내지 않는다”며 “불법적으로 무대를 짓고 이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만큼 확인 이후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KT&G의 국유지 무단 점유가 확인되면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유재산법은 제7조 1항에서 국유재산 보호를 위해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용 허가를 받았더라도 제30조에 따라 그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게 해 수익을 낼 수 없다.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허가 없이 설치한 수변 무대도 철거 대상이다. 국유재산법 제74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이에 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한 경우, 중앙관서 장 등의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해 철거하거나 조치할 수 있다. 또 제72조를 보면 중앙관서의 장 등은 무단 점유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재산에 대한 사용료나 대부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할 수 있다.

     

    별도 허가 없이 설치된 수변 무대로 인한 시민 안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시민 통행로 위로 차양막이 위태롭게 고정되어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별도 허가 없이 설치된 수변 무대로 인한 시민 안전이 우려되는 가운데, 시민 통행로 위로 차양막이 위태롭게 고정되어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환경부 관계자는 “쉽게 말해 남의 땅을 쓰면서 사용 수익까지 얻었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며 “사실이라면 국유재산법에 명시된 대로 행정처분과 법적 고발 조치를 동시에 할 수도 있는 사례”라고 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수변 무대 설치와 점유 등에 대한 현장 확인을 거치고 불법 사항으로 확인될 경우 원상복구 조치 명령, 고발과 행정대집행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KT&G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변 무대의 무단 설치와 점유, 수익 활동을 모두 인정했다. KT&G 측은 “수변 무대 사용은 담당자 무지로 사용 승인 자체가 누락됐었다”며 “의도한 부분이 아니며 사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 같아 송구하다”고 밝혔다. 또 “수변 무대는 시민 안전을 위해 정비와 유지보수를 해왔다”며 “법적인 문제가 관련된 만큼 관할 지자체와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관을 통한 수익 활동과 관련해서는 즉각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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