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말렌카와 커피의 조합⋯무용수 출신 사장님의 ‘안녕, 퇴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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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 말렌카와 커피의 조합⋯무용수 출신 사장님의 ‘안녕, 퇴계동’

    [동네 사장님] 24. 카페 ‘안녕, 퇴계동’
    무용수 출신 초보 사장님의 창업 도전
    맛집 몰려있는 골목의 유일한 카페
    체코 디저트 ‘말렌카’ 달달한 휴식 장소

    • 입력 2024.05.11 00:05
    • 수정 2024.05.11 18:5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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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준공하는 신축 퇴계동행정복지센터 인근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맛집이 몰려있다. 남춘천사거리와 인접해 유동 인구도 많고 음식점이 밀집한 곳이다. 맛집은 많지만, 유독 커피 한 잔 마실 곳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지난달 중순 ‘안녕, 퇴계동’이라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무용수 출신의 임에녹(35) 사장이 맛집 사이를 뚫고 호기롭게 창업한 생애 첫 가게다. 보기 드문 체코 디저트도 함께 팔고 있다. 꿈 많은 초보 사장님 임에녹 대표를 지난 10일 만났다.

     

     ‘안녕, 퇴계동’은 가게가 위치한 지명인 ‘퇴계동’을 상호에 활용했다. (사진=권소담 기자)
    ‘안녕, 퇴계동’은 가게가 위치한 지명인 ‘퇴계동’을 상호에 활용했다. (사진=권소담 기자)

    Q. 가게 이름에 퇴계동을 넣었어요.

    상호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엔 MZ세대 취향에 맞춰 요즘 유행하고 세련돼 보이는 외국어 이름을 떠올렸는데 그렇게 하면 어르신들이 상호를 기억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모님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일단 동네를 대표하는 휴식처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카페가 위치한 ‘퇴계동’을 상호에 넣었어요. 덕분에 부르기 편안하고, 기억하기도 쉬운 가게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Q. 카페 입지가 정말 좋네요.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지역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가게 찾는 것을 많이 도와줬어요. 올해 여름에 퇴계동행정복지센터가 바로 근처로 이전해오고, 문화 수업도 많이 열린다고 해 유동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어요. 같은 골목에 기존에 영업하던 카페도 없었고요. 아버지의 조언이 컸습니다. 지금은 점심시간에 30~40대 직장인들이 주로 찾습니다. 대추차 등 따뜻한 차 종류도 있어 손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요.

     

    꿀로 만든 체코식 케이크인 말렌카. 안녕, 퇴계동을 대표하는 디저트 메뉴다. (사진=안녕, 퇴계동)
    꿀로 만든 체코식 케이크인 말렌카. 안녕, 퇴계동을 대표하는 디저트 메뉴다. (사진=안녕, 퇴계동)

    Q. 대표님 이력이 특이합니다. 무용수 출신이라고요.

    지금은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까지 무용을 전공했는데 중간에 슬럼프가 찾아오고 가세가 기울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다른 길을 찾게 됐어요. 20대는 도전하고 경험하는 시기잖아요. 서울에서 여러 서비스업을 경험해보면서 시야를 넓히게 됐어요. 이때 사람의 얼굴을 잘 외우고, 손님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Q. 춘천은 어떻게 오게 됐나요.

    부모님 고향인 춘천에 이사 온 지 이제 2년이 됐어요. 개인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먼저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입사해 2년간 매니저 생활을 했습니다. 이때 춘천지역 시장에 대해 많이 공부했습니다. 제가 꿈꾸는 저만의 가게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요.

     

    새로 문을 여는 퇴계동행정복지센터 예정지 근처에 위치한 안녕, 퇴계동. (사진=권소담 기자)
    새로 문을 여는 퇴계동행정복지센터 예정지 근처에 위치한 안녕, 퇴계동. (사진=권소담 기자)

    Q.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가 있다고 들었어요.

    체코의 전통 간식인 ‘말렌카’라는 메뉴가 있어요. 말렌카는 겹겹이 층을 쌓은 꿀 케이크인데요. 체코 프라하를 여행하면 꼭 먹어야 하는 간식으로 꼽힙니다. 안녕, 퇴계동에서 맛보실 수 있는 말렌카는 유전자 변형 조작을 하지 않은 식품으로 유럽에서 인증받은 ‘착한 디저트’에요. 일반 케이크와 비교해 꾸덕꾸덕하고 쫀득한, 마치 시루떡 같은 식감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커피와 잘 어울리죠. 호두, 코코아, 시나몬, 레몬 등 다양한 맛의 말렌카를 준비해뒀어요.

    Q. 안녕 퇴계동만의 메뉴를 소개해주세요.

    말렌카를 5000원, 아메리카노를 4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말렌카 세트를 시키면 1000원을 할인해 8000원에 판매하고 있어요. 아메리카노는 온두라스와 콜롬비아 원두를 블렌딩해 고소하고 말렌카와도 궁합이 좋습니다. 손님들이 새로운 맛의 디저트를 많이 경험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 세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요. 크림치즈와 곁들인 고메 치즈 베이글이나 우유 크림 카스텔라 등도 있으니 달콤한 간식과 함께 손님들이 편히 쉬어가면 하는 마음입니다. 음료 중에는 고소한 맛을 강조한 ‘오트크림라떼’가 보기에 예쁘고 맛도 좋아 인기입니다.

     

    지난달 카페 ‘안녕, 퇴계동’을 창업한 임에녹 대표. (사진=권소담 기자)

    Q. 식당에서 밥 먹고 오면 할인도 된다고 들었어요.

    상호에 지역 이름을 내세운 만큼, 지역 골목상권과의 동반 성장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일단 우동착을 통해 10% 할인을 제공하고 있고요.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의미에서, 같은 골목 내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을 이용한 손님이 당일 영수증을 가져오면 10% 할인됩니다.

    주변에 칼국수, 막국수, 닭갈비, 손두부, 냉면, 수육국밥 등 춘천에서 유명한 맛집이 많거든요. 감사하게도 이웃 가게들의 인심이 좋아서 계산대에 연계 할인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배려해줬어요. 안녕, 퇴계동을 매개로 지역에서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Q. 다음 계획이 있으시다면서요.

    가끔 손님들이 이 가게가 잘 되면 ‘안녕, 후평동’, ‘안녕, 석사동’도 생기는 거냐고 물어보시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인테리어와 메뉴를 달리해 저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아예 다른 콘셉트의 카페를 선보이고 싶어요. 일단 처음으로 제 사업을 시작했으니 ‘안녕, 퇴계동’을 집중해서 키워가 보겠습니다. 이 가게를 퇴계동의 사랑방으로 기억해 주세요.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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