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섬 중도서 ‘자연+공연’ 만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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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섬 중도서 ‘자연+공연’ 만끽해요”

    하중도 생태공원서 3~5일까지 ‘다시, 숲’
    자연에 공연예술 곁들인 친환경 페스티벌
    “파괴로 사라진 추억, 중도서 새롭게 덧칠”
    예약하면 대부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 입력 2021.11.02 00:01
    • 수정 2021.11.03 00:0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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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일 동안 하중도 생태공원에서 펼쳐질 예술섬 중도 '다시, 숲'의 다양한 공연 모습. (사진=변유정 예술 총감독)
    3~5일 동안 하중도 생태공원에서 펼쳐질 예술섬 중도 '다시, 숲'의 다양한 공연 모습. (사진=변유정 예술 총감독)

    1년에 단 3일, 중도에서 열리는 산뜻한 소풍에 당신을 초대한다.

    땅은 자연에게, 환경은 후대에게 빌려 쓰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도 가진 적 없는 우리는 모든 것을 차지하느라 지쳤고, 자연과 환경도 덩달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호반의 도시 춘천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중도마저 요 몇 해 사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레고랜드를 지으며 끊이지 않는 개발과 공사로 중도의 옛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다행스럽게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숲과 갈대밭이 섬 끝자락에 오롯이 남아 있다. 보전녹지지역 하중도 생태공원은 아름다운 수변공간과 원시림을 즐길 수 있는 춘천의 숨은 명소로 꼽힌다. 

    ▶중도, 예술섬으로 변신··· 자연 그대로

     

    예술섬 중도 '다시, 숲' 축제에서 예술 총감독을 맡은 변유정 감독. (사진=조아서 기자)
    예술섬 중도 '다시, 숲' 축제에서 예술 총감독을 맡은 변유정 감독. (사진=조아서 기자)

    예술섬 중도 ‘다시, 숲’은 천혜의 자연을 무대 삼아 1년 중 단 3일만 섬을 빌려 ‘섬’ ‘생태’ ‘숲’을 키워드로 다양한 공연, 체험, 놀이 등을 제공한다.

    그간 배우 겸 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변유정 감독이 이번 축제의 예술 총감독을 맡았다. 그는 감독 데뷔인 ‘다시, 숲’ 축제에서 임팩트 강한 ‘힘주기’보다 ‘힘빼기’에 집중해 축제에 전체적인 색을 입혔다. 변 감독이 뽑은 ‘다시, 숲’ 축제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자연’이다. 

    “중도를 알리고 시민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위해 더 크고 화려한 축제를 열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 장소를 택한 이유, 이 축제를 통해 보여줘야 할 것, 축제를 즐긴 관객들이 가져갈 단 하나를 고른다면 답이 나오더라고요. 바로 ‘자연’이에요.”

    ‘빌린다’는 표현 역시 자연에서 공연을 펼치는 마음가짐을 대변하는 서술어다.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자연에서 축제를 여는 만큼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공연장을 만들면 그 자체가 인위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최대한 있는 무언가를 헤치거나 바꾸지 않으면서 자연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만 적용해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음향과 악기 본연의 소리, 아티스트의 본연의 음색을 느낄 수 있게 구현했죠.”

    ▶자연과 예술의 상관관계··· 새로운 추억 덧입혀

     

    예술섬 중도 '다시, 숲' 축제 포스터. (사진=변유정 예술 총감독)
    예술섬 중도 '다시, 숲' 축제 포스터. (사진=변유정 예술 총감독)

    변 감독은 중도의 자연을 헤치지 않으면서 그 위에 공연과 프로그램을 올려두었다. 하지만 자연만 즐긴다면 평소와 다를 게 없다. 그가 뽑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차별성’이다. 단 3일간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축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춘천은 공연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야외, 중도, 섬이라는 색다른 요소들을 살려 차별성을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도에 올 때부터 카누로 물길을 이용할 수 있게 기획했죠. 중도에 닿기 전부터 축제를 경험하도록, 자연을 느끼도록 고안했어요. 물론 무료 버스와 자전거로도 중도에 올 수 있고요. 중도로 진입하는 다리가 일방 통행이고, 중도에 주차 공간도 협소해 자가용을 타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도착한 공원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물방울 오브제는 이 축제의 상징을 담고 있다. 생명과 예술을 표현한 오태원 작가의 ‘제로그래비티 빅드롭스’는 관람객 개개인의 첫 시선부터 마지막 날 폐막 퍼포먼스까지 축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공연예술 콘텐츠 ‘다시, 숲’, 숲 체험 프로그램 ‘중도 산책’, 놀이 프로그램 ‘숲 플레잉’이다.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고 공간과 프로그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각 프로그램을 하중도 생태공원 곳곳에 배치했다. 입체낭독극, 피아노·콘트라베이스·바이올린·무용가 등이 어우러진 주제공연, 플라멩코, 성악, 밴드 등 시간별로 다채로운 공연과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밤에는 전기시설이 없는 중도에 조명으로 불을 밝혀 ‘야간 산책’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연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 카누를 타고 관람하는 주제 공연 ‘다시, 숲: 폐허의 꽃’은 카누 이용료 1만원을 내야 한다. 주최 측은 이 돈을 환경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자연에서 광활한 대지, 새로운 생명의 탄생 등을 보며 감동하잖아요. 예술도 비슷해요. 감동받기 위해서 예술을 찾고 즐기잖아요. 이제는 사라져버린 추억이지만 작게나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도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고 또 다른 생명을 키우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 어느 시인이 있었다. 그는 잠시 빌려 머물다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을 삶이라 여겼다. 소풍은 즐겁고, 가볍다. 잠깐 즐기는 행복한 여유다. 온전한 내 것이 아니라 더 소중히 여기다 다시 고스란히 건네주는 것, 삶을 소풍처럼 즐기는 마음가짐 아닐까.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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