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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경제, 대안을 묻다] 상. 유대감 토양 삼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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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경제, 대안을 묻다] 상. 유대감 토양 삼아 ‘공유’
  • 정원일 기자
  • 댓글 0
  • 승인 2021.09.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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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유대감 긴밀한 지역만의 강점
가치 중심적인 만큼 상업경제와는 구분
커먼즈필드 춘천, 공유 문화 확산 '눈길'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개를 든 현실 경제 비관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돈의 흐름이 적고 폐쇄적인 비수도권 지역들의 풀뿌리 경제는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창의적인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그 시작점이다. 이들은 기존 기업들이 표방하는 이익의 극대화 대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신뢰와 가치 소비를 대변한다. MS투데이는 공유·구독 경제의 개념과 현황을 소개하고 실제로 춘천지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례들을 2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소유 말고 공유하세요”

소비의 트렌드가 기존의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을 온전히 소유하는 방식으로 소비가 이뤄졌다면 요즘의 소비자들은 여럿이서 한 상품을 빌리거나 나누어 쓰면서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지갑을 연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미디어나 공공기관에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방증이다.

현대의 공유경제 개념이 나온 지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지난 2008년 하버드대학교의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저서 ‘리믹스(Remix)’를 통해 공유경제를 ‘이미 생산된 물품이나 서비스를 사회 구성원들끼리 공유하는 방식의 협업 소비를 기초로 하는 경제’라고 정의한 것이 시발점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공유경제를 기존의 ‘상업경제(Commercial Economy)’의 대척점으로 봤다는 점이다. 상업경제가 이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했다면, 공유경제는 사회·환경적 가치 등을 동기로 작동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회적 가치에 방점을 둔 공유경제 모델은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추구하는 방향성으로도 알려졌다.

공유경제와 상업경제를 분리해 바라보는 시각은 에어비앤비(Airbnb), 카카오T 등 공유경제의 선두주자를 표방하며 탄생한 공룡 플랫폼 기업들을 불편하게 한다. 수익을 늘리기 위한 플랫폼 노동자 착취와 플랫폼에 종속된 소비자에게 점진적으로 부담을 가중하면서 ‘공유경제의 탈을 쓴 상업 플랫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시장적 논리로 공유경제에 접근할 때 지역 경제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공유’라는 말에 이미 타인이 전제돼있는 만큼,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신뢰는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한다. ‘공유’의 문화는 무미건조한 초연결(Hyper Connected)만을 강조하는 사회보다 시민들 간 깊은 네트워크가 형성돼있는 지역 공동체가 가질 수 있는 비교우위기도 하다.

■다양한 성공사례 나와···춘천시는 ‘아직’
실제로 다양한 지자체들에서는 이미 시민들의 호평을 받는 성공적인 공유경제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한 빈방이 남는 고령자와 주거 공간이 필요한 청년을 연결하는 ‘한 지붕 세대 공감 프로젝트’와 자전거 대여사업인 ‘따릉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전시는 ICT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의 지식과 재능 공유를 촉진, 공동체 내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통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는 ‘리빙랩’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춘천시 차원의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춘천은 공유경제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타 지자체들과 달리 공유경제 촉진을 위한 조례조차 마련돼있지 않다.

노진숙 춘천시 일차리창출담당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춘천시에서 추진하는 공유경제 관련 사업은 없다”며 “강원도나 춘천시의 경우 공유경제 촉진을 위한 조례가 없어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춘천 곳곳에서 공유의 문화를 싹틔우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커먼즈필드 춘천(COMMONZ FIELD)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은 커먼즈필드 춘천 외부 모습. (사진=배지인 기자)
사진은 커먼즈필드 춘천 외부 모습. (사진=배지인 기자)

춘천 효자동에 있는 커먼즈필드 춘천은 이름에 걸맞게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공유 공간이다. ‘힙’하게 꾸며진 내부 공간은 누구나 앱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옥상은 다양한 공유 모델의 실험장으로 탈바꿈했다. 옥상은 일반적으로 특정인에게 독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유 공간’의 상징이다. 하지만 잠가 놓고 활용하지 않는 등 잉여 공간으로 내버려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커먼즈필드 춘천의 옥상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고 수확물을 함께 공유한다. 잉여 수확물을 ‘공유 냉장고’에 보관해 필요한 사람과 나누는 프로젝트도 호평을 얻고 있다.

커먼즈필드의 옥상은 시민들 간 취미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장이 되기도 한다. 시민들이 함께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공유 경제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만한 유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은 “지속가능한 공유경제는 이윤추구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공동체 내 공유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는 방식으로 구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성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순간 이윤추구만을 강조하는 양상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공유경제를 상업경제의 테두리에 욱여넣게 되면 오히려 공유의 본질을 가리게 된다는 취지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이 본지 취재진에게 공유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이 본지 취재진에게 공유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차량 공유 플랫폼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들은 출범 초기 무분별한 차량 소비를 줄이겠다며 환경적 가치를 표방했다. 그러나 이용자 증대를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차량 소비를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센터장은 “춘천에서의 공유경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지역 내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유의 가치와 규범이 문화로 스며드는 것이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토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원일 기자 one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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